오늘도
고마운 하루를 주시는
흰구름 더불어 푸른 하늘이
푹푹 익어가는 여름날
마트 진열대에 투박한 손글씨로
1키로 2,980원
떨어진 감자값에
순간의 반가움 너머로
한 생각
바람 한 줄기
흙밭에서 떨구던 땀방울 채 마르기도 전에
짠 눈물에 시려 더운 한숨 짓지는 않았을까
산골에 사는 사람
감자 구워 먹고 산다던
윤동주 시인의 한 줄 글에
찌는 가슴으로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온다
감자는 밥도 된다는데
문득 스친 거울 속 내 얼굴에도
삶은 감자 같은
무상심심 미묘한 빛 어릴까
새벽예불과 일과를 다하고 나서던 아침
양팔 활짝 핀 꽃처럼 나를 부르시며
안으로 들어오라시며
반기시던 시봉 스님
한 분에겐 떠나는 순간
한 분에겐 새로 온 순간
삶은 감자 껍질 같은
수행자의 옷자락 그 스침에
없던 내가
그냥 있는 것
95세 노스님 드리려고
아침에 삶으신 감자
식은 감자껍질 같은
예쁠 것 없는
내 두 손에
없는 듯 있던 감자 두 알
이 무더운 여름날엔
밥상에서 그리고 밥상이 아닌
그 어디든
공평한
심심한 감자가 들려주는
법문에 귀를 기울이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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