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를 지나는
8월의 불국사 아랫마을
어느 작은 식당집 돌담에는
청포도가 푸르고 대추알도 푸르고
일찍 집을 나선 발걸음이
푸른 햇살처럼 아까워
어디든 가고픈 마음을 눌러
가까운 곳으로 마을로
<월요일은 쉽니다>
동리ㆍ목월 문학관 입구 안내문
발걸음을 돌이키려다 문득
나무 그늘 아래 의자가 있다
내가 찾던 곳은
어디던가?
선 자리가 아닌
앉을 자리가 아니던가
모기가 붙으면
개미가 다리를 기어오른다면
그저 10여분을 앉았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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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얻은 <오늘의 명상 시간>
등 뒤로 장엄한 매미 소리
가슴속까지 청명해지는 하늘빛
오른쪽 어깨 위로
석굴암 부처님이 앉아 계시고
왼쪽 어깨 위로
태양이 앉아서
한순간 내 몸이
시계의 중심이 된 찰라
10시 10분을 지나며
멈추어 서려던 마음이
미래로 엎어지지 않도록
과거에 주저앉지 않도록
어느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다가
흰구름을 보다가
숨으로 돌아와
숨결을 고르어
휴~
나는 숨을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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