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희철의 '두런두런'/'두런두런'

자유시장에서 생각하는 자유

by 한종호 2015. 4. 17.

한희철의 두런두런(8)

 

자유시장에서 생각하는 자유

 

 

원주 시내 한복판에는 자유시장이 있습니다. 이른바 ‘A도로라 불렸던 중앙로 한복판, 자유아파트 아래층에 자리를 잡고 있는 꽤 넓은 시장입니다.

 

단강에서 목회를 하며 이따금씩 자유시장을 찾았던 것은 시장 안에서 한 지인이 레코드가게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음악보다는 사람을, 사람보다는 만남을 좋아하는, 우리 젊은 목회자들이 편하게 아저씨라 부르는 분이었습니다.

 

토요일이면 인쇄소에 주보 원고를 맡기고 주보를 인쇄하는 동안 아저씨 가게에 들러 차 한 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지요. 자연스럽게 그 가게는 젊은 목회자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인가 그날도 레코드 가게로 가기 위해 막 자유시장 길로 접어들었는데, 어디선가 계속 경적이 울려댔습니다. 자유시장은 훨씬 먼저부터 있었던 중앙시장과 길 하나를 사이로 맞닿아 있었는데, 두 시장 사이에 놓인 길은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는 했습니다.

 

누가 무슨 일로 이렇게 계속 경적을 울리나 싶어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자전거를 탄 청년이었습니다. 유심히 바라보니 청년이 탄 자전거 뒤에는 우유 상자가 실린 작은 리어카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시장 안의 상인들에게 우유를 배달하는 것 같았습니다. 청년은 시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의 틈새를 헤치고 나가기 위해 연신 빵빵 거리면서 경적을 울려대고 있었던 것이었지요.

 

그 모습을 흘낏 바라보고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문득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다시 청년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청년은 여전히 사람들 틈새를 헤치느라 계속해서 경적을 울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자니 마음속에 선명해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자유란 바로 저런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내가 탄 것이 자전거만이라면 내가 빠져나갈 틈의 기준은 자전거입니다. 하지만 자전거 뒤에 리어카가 매달려 있다면 틈의 기준은 자전거가 아니라 리어카입니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있다고 틈의 기준을 자전거로 삼으면 뒤에 매달린 리어카에 의해 사고가 나고 맙니다.

 

나 혼자라면 얼마든지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내 뒤에 나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내가 택할 수 있는 길의 기준은 내가 아니라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걸 잊는 순간 나와 함께 한 이들은 나로 인해 상처를 입거나 다치고 맙니다.

 

자유시장에서 새긴 자유의 의미는 거침없되 어긋남이 없는 것입니다. 그것을 가르쳐 준 이는 리어카를 매달고 자전거를 타던 한 이름 모를 청년입니다.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한희철의 '두런두런' > '두런두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날 위를 맨발로 걷듯  (0) 2015.04.28
한 사람을 살리면 모두를 살린다  (0) 2015.04.22
세월의 강  (0) 2015.04.06
아 도  (0) 2015.03.25
담배 먹고 꼴 베라  (0) 2015.03.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