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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두런두런'

한 사람을 살리면 모두를 살린다

by 한종호 2015. 4. 22.

한희철의 두런두런(9)

 

한 사람을 살리면 모두를 살린다

 

 

독일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이 전도사님을 오랜만에 만나게 된 것은 목사 안수례 때문이었습니다. 개신교의 한 교단인 감리교에서는 해마다 4월경이 되면 지역별로 연회를 여는데, 연회 일정 중 중요한 것이 목사 안수식입니다. 이 전도사님은 결코 쉽지 않았던 긴 과정을 마친 뒤 목사 안수를 받으며 제게 안수보좌를 청했습니다.

 

목사 안수를 받고 첫 번째로 맞이한 주일, 저는 이 목사님께 제가 섬기는 교회에 와서 설교와 축도를 해 줄 것을 부탁했지요. 마침 세월호 사고가 난지 1년이 되는 주일, 이 목사님은 설교를 시작하며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난해 독일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세월호에 관한 뉴스를 보게 되었는데, 세월호에 대한 소식은 독일에서 있었던 사건 하나를 소개한 뒤에 나왔답니다. 위기에 빠진 한 동굴탐사대원을 구출한 소식이었답니다.

 

독일 바덴 뷔르템베륵 주 출신의 동굴 탐사대원 요한 베스트하우저 씨는 지난해 바이에른 주 리젠딩샤흐트 동굴의 탐사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그는 지하 1000m 지점에서 낙석에 의한 심한 머리 부상을 당하게 됩니다. 무선통신이 불통인 지역이라 동료 중 한 명은 곁에 남아서 응급처치를 하며 그를 보살폈고, 다른 동료 한 명은 그곳을 떠나 약 6km를 되돌아가서 구조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를 구조하기 위한 구출작전이 즉시 시작되었습니다. 베스트하우저 씨의 부상 상태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몇몇의 구조요원으로는 구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내 인지하게 됩니다. 복잡하고 비좁은 동굴 사이로 머리 부상을 당한 베스트하우저 씨를 데리고 나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독일 정부는 주변 나라의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마침내 대대적인 구출작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침내 베스트하우저 씨는 11일 만에 동굴에서 극적으로 구출되었는데, 동굴탐사 전문가와 전문구조요원 의사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더 이상의 부상 악화 없이 무사히 동굴에서 빠져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구출되던 당시 60여명의 전문구조요원들이 동굴 속에서 베스트하우저 씨와 함께 하며 작전을 수행하였는데, 이 구출작전을 위해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728명에 달했습니다. 그들 중에는 5개국 202명의 전문구조요원들도 함께 했는데 이태리에서 89명, 오스트리아 42명, 독일 27명, 스위스 24명, 크로아티아에서 20명이 참여하였습니다. 그들은 단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서로의 머리를 맞대었고, 마침내 아무 문제없이 위기에 빠진 한 사람을 구조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 구출 작전은 알프스 구조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 불리게 되었는데, 뉴스를 보면서 이목사님이 정말로 부끄럽고 안타까웠던 것은 바로 그 소식 뒤에 전해진 것이 세월호 사고 소식이었다는 것입니다. 두 모습이 너무도 대조적으로 다가왔다고 했습니다.

 

부상당한 한 동굴탐사대원을 구하는 모습을 지켜본 독일 국민들의 마음은 얼마나 든든했을까요. 언젠가 내가 위기를 당해도 반드시 나를 구해줄 것이란 신뢰를 갖게 되었겠지요. 한 사람을 살리는 것은 모두를 살리는 것,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가 더욱 분명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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