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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두런두런'

아 도

by 한종호 2015. 3. 25.

한희철의 두런두런(7)

 

아 도

- 동화 -

 

 

   용소골에서 아도를 모르면 한마디로 간첩입니다. 이장님을 몰라보고, 용소골에서 태어나 용소골을 떠나지 않고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몰라볼지는 몰라도, 아도를 모르는 사람은 동네에 없습니다.

 

   그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네 아이들 얼굴과 이름을 다는 몰라도 아도를 모르진 않습니다.

 

   동네를 드나드는 버스 기사 아저씨들도 아도를 알 정도입니다. 아도는 가끔씩 먼 길을 걸어 동네 바깥으로 나갈 때가 있는데, 저녁 무렵 아도가 터덜터덜 걸어올 때면 버스 기사 아저씨들은 뒷모습만 보고도 아도인 줄 알고 버스를 세워 아도를 태워주곤 했으니까요. 물론 돈을 받지 않고 말이지요.

 

   아도는 한 마디로 바보입니다. 아도라는 별명이 언제부터 왜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아도라는 별명을 사람들은 바보라는 뜻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얼굴이 시원하게 잘 생긴데다가 체격도 좋아 그냥 겉모습만 보면 멀쩡한 청년이지만, 아도가 하는 일들을 보면 영락없는 바보입니다.

 

   허름한 옷을 입고 허구한 날 빈둥빈둥 동네를 왔다 갔다 합니다. 길을 가다 심심하면 신고 있는 신발을 벗어 휙, 길 옆 부대 안으로 집어던집니다. 그리고는 담장에 기대서선 “내 신 줘, 내 신 줘, 내 신 줘.” 소리를 질러댑니다.

 

   담장 안 군인들도 아도를 잘 알아 아도의 신발이 담장 안으로 날아오면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를 금방 알아차립니다. 일이 바쁠 때야 아도가 사정도 하기 전에 신을 담장 밖으로 내던져 주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아도와 실컷 장난을 칩니다. 신을 몰래 감춰 놓고서는 시치미를 떼는 것입니다.

 

   그러면 눈이 휘둥그레진 아도가 장난인 줄도 모르고, “내 신 줘, 내 신 줘.” 더욱 소리를 높이지요. 심심하고 따분할 때 아도와 실컷 장난을 칠 수 있으니 군인들은 은근히 아도를 좋아합니다. 한참 장난을 치고 신발을 돌려줄 때 함께 건네는 과자나 건빵에는 아도를 좋아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때로는 아도 때문에 학교에 가던 아이들이 기겁을 하곤 합니다. 특히나 여자 아이들은 “엄마야!”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치곤합니다. 아도가 아무데서나 바지를 내려 쉬를 하기 때문입니다. 다 큰 사람이 누가 있다고 가리는 법도 없이 훌러덩 바지를 내리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이래저래 아이들은 아도를 피하곤 했는데, 아도를 피하게 됐던 것은 아도의 손에 들려있는 막대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아도의 손엔 늘 막대기가 들려 있습니다. 막대기가 없으면 심심한 것인지, 따로 무슨 용도가 있는 것인지 아도는 꼭 막대기를 챙겨 들고 다녔습니다.

 

  

 

 

   아도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일이 또 한 가지 있는데, 멀쩡하게 길을 가다 말고 갑자기 고함을 질러대는 것입니다. 누가 어디서 온다는 것인지 “온다!” 하고 커다란 고함을 질러대곤 했습니다.

 

   일이 그 정도니 용소골에서 아도를 모를 사람이 있었겠습니까? 아이들의 놀림을 받으며, 어른들의 눈총을 받으며 아도는 막대기를 친구 삼아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었습니다.

 

   용소골에는 예배당이 하나 있습니다. 6.25때 피난민들이 지었다는 예배당입니다. 돌을 쌓아 만든 작은 예배당이지만 주변에 서 있는 소나무, 굴참나무 등과 어울려 참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긴 겨울이 지나고 예배당 뜰에 선 나무의 가지에서 연둣빛 여린 잎사귀들이 돋아나는 봄이 왔습니다. 머잖아 부활절, 겨울을 이기고 돋아난 초록빛 나뭇잎처럼 예수님이 죽음을 이기고 살아나신 날이 다가옵니다.

 

   교회학교 어린이들이 모여 부활절 행사를 준비합니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연극입니다. 연극 대본을 구해서 하던 예전과는 달리, 새로 오신 목사님은 목사님이 직접 대본을 썼습니다. 그러기를 벌써 세 번째, 올해는 세례 요한에 대해 연극을 하기로 했습니다.

 

   연습을 시작하던 날, 모두가 한데 모여 배역을 정했습니다. 세례 요한 당시 사람들의 잘못된 모습을 직업별로 보여준 다음, 맨 나중에 세례 요한이 나타나는 것으로 끝나는 내용이었습니다.

 

   체구가 좋은 은이가 장사꾼을 맡아 저울을 속이는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 장난꾸러기 경민이가 군인이 되어 차고 있는 칼을 빼어 괜히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역을 맡았습니다. 땅 투기꾼, 돈만 벌면 된다면서 공해물질을 마구 내버리는 공장 사장, 돈을 받고 반장을 시켜주는 선생님, 무기를 팔아먹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 역할 하나하나마다 잘 어울리겠다 싶은 아이들이 배역을 맡았습니다.

 

   이제 맨 나중, 세례 요한 역할만 남았습니다. 과연 세례 요한 역은 누가 맡을지, 잠깐 나오는 역할이지만 그래도 이번 연극의 하이라이트는 세례 요한의 등장이었습니다. 모두들 궁금해 하고 있을 때 목사님이 엉뚱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가 세례 요한이 될 지는 비밀이다. 예수님 당시도 사람들이 세례 요한을 잘 몰랐거든.”

 

   축하행사는 부활절 저녁예배 때 있었습니다. 교인들은 물론이고 마을어른들도 많이 참석을 했습니다.

 

   연극은 축하순서의 맨 마지막이었습니다. 연습할 때 웃고 떠들며 장난을 하던 아이들이 막상 무대에 서니 모두들 긴장을 했습니다. 잇달아 터지는 객석의 웃음이 그나마 떨리는 마음을 덜어 주었습니다. 차례대로 나와 직업별로 잘못된 모습을 그럴듯하게 표현을 했습니다.

 

   연극이 거반 끝나갈 때, 아이들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곧 세례 요한이 등장할 때가 되었거든요. 세례 요한이 궁금했던 것은, 그동안 한 번도 연습을 같이 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요한이 등장할 순간이 되었습니다. 환하게 무대를 밝히던 조명이 어두워지더니 덜컥 문이 열렸습니다. 그리곤 누군가가 나타났습니다. 수건을 머리에 둘러쓰고, 허름한 가죽옷에 띠를 두르고, 손엔 지팡이를 들고 있었습니다. 누굴까, 아이들은 물론 구경을 하던 동네 사람들도 궁금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바로 그 때였습니다. 무대 가운데로 걸어 나오던 세례 요한이 갑자기 커다란 고함을 질러댔습니다.

 

   “온다!”

 

   조용히 바라보던 모두가 깜짝 놀란 것은 물론입니다. 세례 요한의 역할은 그것뿐이었습니다. 세례 요한은 그 한 마디 말을 하고선 이내 문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어둠 속으로 세례 요한이 빠져 나갔을 때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혹시?”

   “혹시, 아도 아냐?”

 

   아이들이 두고두고 목사님께 물었지만 목사님은 끝내 세례 요한이 누구였는지를 대답해 주지 않았습니다.

 

   세례 요한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예수님 당시에도 잘 몰랐다는 대답 외에 아이들은 다른 말을 더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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