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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두런두런'

어느 날의 기도

by 한종호 2015. 6. 19.

어느 날의 기도

 

 

말씀 준비를 마치고 준비한 말씀 앞에 앉으면

언제라도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천천히 아득히 말이지요.

 

-죄송합니다,

감히 말씀의 준비를 ‘마쳤다’ 하다니요!

그래도 설렘이 아주 없지는 않아

마치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식구를 기다리는

엄마의 심정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뿌듯한 기다림이지요.

 

그게 전부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많은 순간 부실함이 마음에 걸립니다.

이걸 먹고 탈이 나진 않을까,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것 아닐까,

노심초사 마음이 무거워지곤 합니다.

                        일러스트/고은비

 

 

주님,

주님의 말씀 앞에

무얼 더 보태고 뺄 수가 있겠습니까?

다만 정성으로 준비하게 하소서.

어느 해 저무는 저녁 지나가다

우연히 들른 작고 외진 마을

허기를 달래려 찾은 허름한 식당에서

생각지 못한 정갈한 음식 대하듯

그래서 고단한 잠이 달고

다시 길 떠날 힘을 얻게 되듯

다만 지극한 정성으로 준비하게 하소서.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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