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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

애굽의 어머니들, 그들도 어머니였다(2)

by 한종호 2015. 7. 17.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27)

 

애굽의 어머니들, 그들도 어머니였다(2)

 

 

1. “아무도 우리가 당한 아픔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애굽 온 땅에 전무후무한 큰 부르짖음. 그 울부짖음의 주체는? 자식 잃은 애굽의 어머니들. 하지만 그들을 떠올리는 성경독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생각해야 한다. 그들이 그런 일을 당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바로! 바로의 완악함이 결국 그들을 울부짖게 한다. 성경기자는 출애굽기 11장 9절과 10절에서 바로가 얼마나 완악한지를 다시 언급하면서 11장을 마무리한다. 그만큼 바로의 완악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의 완악함으로 인해 열째 재앙을 피할 수 없음을 암시한다.

 

2. “그날 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했습니다.” 그 비극의 밤,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세가 일러주는 대로 행한다. 그들은 사람 수에 따라 유월절 양이나 염소를 정하고, 14일 저녁에 그것을 잡고, 피를 바르고, 출애굽 할 복장을 갖추고, 고기를 구워서 급하게 먹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렇게 하나님이 일러주신 대로 만반의 준비를 다한다. 그러면 이제 남은 것은 열째 재앙과 출애굽이다. 이제부터 성경기자는 열째 재앙에서 출애굽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예상과 달리, 12장 1-28절, 43-51절, 13장 1-10절은 유월절에 관한 규례이다.

 

3. “어떤 신도 열째 재앙 같은 그런 끔찍한 재앙 일으키는 것을 꺼려했을 겁니다.” 그래선지 하나님도 성경기자도 열째 재앙보다 유월절 규례에 집중한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유월절 식사할 때 복장과 자세를 일러주시는데, 당장이라도 애굽을 떠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식사를 하라고 말씀하신다. 무교절 기간 동안에는 절대로 누룩을 먹지 말 것을 강조한다(15, 18-20절).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햇곡식을 먹는 무교절에는 칠일 동안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먹어야 했다. 그런데 누룩을 빵에 넣지 말아야 할 뿐만 아니라, 아예 집에 누룩을 두지 말라고 하신다. 만약 이 기간 동안에 누룩을 먹으면 “이스라엘에서 끊어진다”고 경고하신다.

 

4. 출애굽기 12장 20절까지는 하나님이 일러주시는 유월절 규례이고, 21절부터는 그 규례를 실행하는 과정을 기술한다. 모세는 이스라엘 장로들을 불러서 그들에게 양을 잡아서 그 피를 바르는 것에 대한 상세한 지침(21-23절)과 이 날을 자자손손 지키면서 그 의미를 후손들에게 가르치는 것에 대한 상세한 지침(24-28절)을 일러준다.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세가 일러준 그대로 행한다.

 

5. “하지만 결국 열째 재앙을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왔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양피를 문지방에 뿌리고, 그것을 넘어서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하신다. “멸하는 자”에 대해서는 자세한 것을 알 수 없지만, 구약성경 여기저기에 나오는 파괴하는 천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사무엘하 24:16, 이사야 37:36).

 

 

6. “인간이 사는 이 땅에 재난은 언제나 일어나지만, 그것을 항상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나님은 애굽의 모든 초태생을 치고, 애굽의 모든 신들을 심판하겠다고 하신다. 성경기자는 출애굽기 12장 12절을 “나는 여호와라”로 맺는다. 이것은 하나님이 그 일들을 통해서 자신이 여호와이심을 애굽 사람들로 하여금 알게 하려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내 장자”라고 한다(출애굽기 4:22). 바로가 하나님의 장자인 이스라엘이 출애굽 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하나님이 애굽의 장자들을 죽이신다는 것이다(4:23). 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하나님 뜻이라고 해도, 그 방식을 납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하나님이 그렇게 하신 것인지, 일어난 재난을 그렇게 해석한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

 

7. “정말 몰랐습니다.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짐작도 못했습니다.” 성경기자는 열째 재앙을 정말 간결하게 보고한다(12:29-30). 이 결정적인 순간, 그 승리의 순간을 그저 일별하고 지나간다. 열째 재앙에 대해 자세하게 말하고 싶어 하지 않은 모양이다. 정확하게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다. 역사적으로 확인할 수도 없다. 어쨌든 모든 초태생들이 동시에 죽었단다. 14일 밤, 이스라엘 사람들이 양이나 염소를 잡아서 피를 집에 바르고, 비상 복장을 갖추고 고기를 구워서 급하게 먹은 그날 밤, 애굽 사람들도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심상치 않다고 느끼면서 잠자리에 들은 그 밤, 바로의 장자부터 가축의 초태생까지 모든 처음 난 것들이 다 죽임을 당한다. 그래서 그날 밤 애굽에는 "큰 부르짖음"이 있었다. 당연하지 않는가? 그런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성경기자는 한 집도 재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기록한다(30절).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이 거하는 곳에서는 아무런 소리, 심지어는 개 짖는 소리도 나지 않았단다(11:7). 참 잔혹한 현실, 냉혹한 서술이다.

 

8. “하루 내 이글거리던 태양이 서쪽을 붉게 물들이면서 사라지자 애굽 땅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처럼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합니다. 그리고 모두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밤중에 애굽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초태생은 모두 죽은 것입니다. 들은 적도 본 적도 못한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런 일이 왜 그리고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왜 죽어야 하는지, 우리는 그런 아픔을 왜 겪어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 그들이 왜 그런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초태생들은 왜 죽어야 하는지, 신의 뜻은 무엇인지, 애굽 왕 바로 한 사람 거꾸러뜨리기 위해 무고히 당하는 일인지, 그들이 알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9. “애굽은 온통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그 울음은 화려한 궁전에서부터 쓰러져가는 오두막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없었습니다. 애굽의 모든 어머니들, 그들은 동시에 큰 아들을 잃었습니다. 그들은 동시에 절규했습니다. 그렇게 온 애굽의 어머니들은 울부짖었습니다. 그들을 위로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모두가 슬픔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10. 설마 하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던 애굽 왕 바로는 졸지에 죽은 장남의 시신을 안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모세와 아론을 불러, 한시라도 빨리 이 땅을 떠나라고 말한다. “너희 말대로 가서 여호와를 섬기며… 나를 위하여 축복하라.” 울음바다가 된 애굽은 이제 출발준비에 부산한 이스라엘 백성들로 인해서 다시 소란스러워진다. 그 소란스러움 속에, 죽은 자들, 그리고 애굽 어머니들의 울부짖음은 깨끗하게 잊힌다.

 

이종록/한일장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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