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4)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우리의 모세 법에는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돌로 쳐죽이라고 하였는데 선생님 생각은 어떻습니까?”(요한복음 8:l-11)
여자는 철들기 시작하면 사내의 눈이 자신의 몸 어디에 머무는지 안다. 자신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다정한 시선이 있고, 끈적끈적한 시선으로 훑어 내리는 탐욕이 있다. 잠자리에서 끌려 온 여자 하나를 먹이 보듯이 구경하고 둘러서서 '선생님'의 눈길과 태도를 히죽거리며 지켜보는 군상을 상대로 예수께서는 한없는 혐오감을 누르실 길 없었다.
“우리의 모세 법에는….”
기실 법이란 주로 강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무기로 사용되기 마련이다. 더구나 지금은 의인에게 올가미를 씌울 구실일 뿐이다.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여자가 잡혀 왔는데 사내는 달아나고 없다. 간통은 남녀 쌍벌죄지만 사내는 불기소처분을 받은 것이다(주범들은 빠지고 하수인들만 잡혀 들어갔고, 그것도 큰 죄상은 다 빼고 죄도 안 되는 것들만 걸린 소위 검찰의 수사를 연상케 하는 비유다).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정치악과 사회악으로 국가를 파탄시키고 빈민을 기아선상에 몰아넣은 자들이 써먹는 상투 논리가 있다.
“저 자들은 게으르고 부도덕하고 씀씀이가 헤프고 술 처먹고 마누라나 패고 사기나 치고….”
이발소에서부터 고급 요정에까지 사내들이 먹고 마시고 노는 곳이라면 이 땅에 여자가 없는 곳은 찾아볼 수 없다. 그들에게 이 여자들은 같은 인간이 아닌, 돈 몇 푼에 마음대로 희롱하고 유린할 수 있는 ‘물건’일 뿐이다. 거리마다 골목마다 행상, 고물 장수, 날품으로 사는 노동자, 무수한 실업자 남성들을 염두에 둔다면 똑같은 숫자만큼의 여성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입에 풀칠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고 동생들을 공부시켜야 한다는 결론이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돌로 쳐 죽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언행, 하느님의 행동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저 가련한 여자 하나를 조리 돌리고 나면, 나는 한결 깨끗해질 뿐 아니라 나의 엄청난 죄상 역시 슬쩍 가려질 것 같다. 모든 것은 법의 이름으로 행해진다. 하느님의 고귀한 모상인 인간을 자난 날 ‘삼청교육대’에 넣고, 감옥에 감금하고 다시 ‘감호’하는 죄상을 떠올려 보라.
오늘도 우리의 예수는 하느님의 분노를 삭이시느라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무엇인가 쓰는” 시늉을 하고 계신다.
성염/전 바티칸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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