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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

깨어질 수 없는 약속

by 한종호 2016. 4. 7.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52)

 

깨어질 수 없는 약속

 

 

“여호와의 말씀이 예레미야에게 임(臨)하니라 가라사대 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너희가 능(能)히 낮에 대(對)한 나의 약정(約定)과 밤에 대(對)한 나의 약정(約定)을 파(破)하여 주야(晝夜)로 그 때를 잃게 할 수 있을진대 내 종 다윗에게 세운 나의 언약(言約)도 파(破)하여 그로 그 위에 앉아 다스릴 아들이 없게 할 수 있겠으며 내가 나를 섬기는 레위인(人) 제사장(祭司長)에게 세운 언약(言約)도 파(破)할 수 있으리라 하늘의 만상(萬象)은 셀 수 없으며 바다의 모래는 측량(測量)할 수 없나니 내가 그와 같이 내 종 다윗의 자손(子孫)과 나를 섬기는 레위인(人)을 번성(蕃盛)케 하리라 하시니라”(예레미야 33:19-22).

 

낮에 대한 약정과 밤에 대한 약정이라니, 무슨 말일까? ‘약정’이란 ‘묶을 약’(約)에 ‘정할 정’(定)을 합한 말로, 사전에서는 ‘일을 약속하여 정함’이라 풀고 있다.

 

“구약 히브리말 <브릿>이 스스로 의무를 지는 것을 뜻하므로, 이 경우 야웨께서 낮이나 밤과 맺은 언약이란 낮과 밤이 제대로 돌아가게 창조주 야웨께서 그 질서를 주관하시기로 하셨음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박동현)

 

‘낮에 대한 주님의 약정과 밤에 대한 주님의 약정’이 갖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내가 낮과 맺은 계약이나 밤과 맺은 계약이 깨어져, 낮과 밤이 제 시간에 돌아오지 않는 일이 있겠느냐?” <공동번역>

 

“내가 낮과 밤과 맺은 언약이 깨어져 낮과 밤이 무질서해지고, 언제 밤이 되고 언제 낮이 될지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메시지>

 

 

세상을 창조하실 때 하나님은 하늘에 큰 빛과 작은 빛을 두심으로 낮과 밤을 나누시고, 그것으로 계절과 나날과 해를 이루게 하셨다(창세기 1:14). 낮과 밤을 구분하여 낮에게 명하신 것이 있었고 밤에게 명하신 것이 있었다.

 

낮과 밤은 주님의 약정을 어김없이 따른다. 아무리 특별한 날이라 할지라도 하루가 낮이나 밤 어느 것 하나로만 이루어지는 경우가 없고, 낮과 밤의 순서가 뒤바뀌는 경우도 없다. 낮과 밤은 창조 때부터 정해진 주님의 약정을 틀림없이 따르고 있다.

 

주님께서 낮과 밤에 관한 약정을 언급하시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낮과 밤의 약정이 틀림없이 지켜지듯이 주님께서 반드시 이루실 일이 있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틀림없이 이루려고 하시는 일은 무엇일까?

 

다윗에게 세운 주님의 언약은 깨지는 일이 없고, 다윗에게도 그의 왕좌에 앉아서 다스릴 자손이 끊어지는 일이 없고, 주님을 섬기는 레위 지파의 제사장들에게 세운 주님의 언약도 깨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 하신다.

 

셀 수 없이 많은 하늘의 별처럼, 측량할 수 없이 많은 바다의 모래처럼, 주님께서 주님의 종 다윗의 자손과 주님을 섬기는 레위 사람들을 불어나게 하겠다고 하신다.

 

바벨론에 나라를 빼앗기고 포로로 끌려간 비참한 상황, 주어진 현실은 주님을 향한 믿음을 희미하게 만들었다. 아무 것도 희망할 수 없는 현실은 아무리 주님의 약속이라 하여도 그 약속을 소용없는 것으로 여기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토록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주님의 종 다윗의 자손과 주님을 섬기는 레위 사람들을 하늘의 별처럼 바다의 모래처럼 측량할 수 없고 셀 수도 없을 만큼 불어나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신다.

 

주님의 약속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믿지 못하는 백성들에게 주님은 낮과 밤의 약정을 상기시키신다. 낮과 밤의 약정이 깨어진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주님의 약속 또한 어김이 없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다짐을 하듯 보증을 서듯 말씀하시는 것이다.

 

때때로 우리에게 찾아오는 고난과 역경은 우리를 향한 주님의 사랑을 의심하게 만든다. 우리를 지키고, 돕고, 일으키겠다고 하시는 주님의 약속을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우리를 향하여 주님은 스스로 약속을 하신다. 우리를 향한 주님의 약속은 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신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낮과 밤이 주님이 정한 때를 따르는 한, 주님의 약속은 깨어질 수가 없다고 하신다.

 

주님의 사랑에서 벗어났거나 멀어졌다고 여겨질 때마다 날마다 이어지는 낮과 밤, 너무도 당연하다 여겼던 낮과 밤의 흐름을 가만 믿음의 눈으로 살펴볼 일이다.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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