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53)
너희를 송아지 같이 만들겠다
“송아지를 둘에 쪼개고 그 두 사이로 지나서 내 앞에 언약(言約)을 세우고 그 말을 실행(實行)치 아니하여 내 언약(言約)을 범(犯)한 너희를 곧 쪼갠 송아지 사이로 지난 유다 방백(方伯)들과 예루살렘 백성(百姓)들과 환관(宦官)들과 제사장(祭司長)들과 이 땅 모든 백성(百姓)을 내가 너희 원수(怨讐)의 손과 너희 생명(生命)을 찾는 자(者)의 손에 붙이리니 너희 시체(屍體)가 공중(空中)의 새들과 땅 짐승의 식물(食物)이 될 것이며 또 내가 유다 왕(王) 시드기야와 그 방백(方伯)들을 그 원수(怨讐)의 손과 그 생명(生命)을 찾는 자(者)의 손과 너희에게서 떠나간 바벨론 왕(王)의 군대(軍隊)의 손에 붙이리라”(예레미야 34:18-21).
‘헛 맹세를 하지 말고, 네 맹세한 것을 주께 지키라’는 말을 들어 알고 있는 이들에게 주님은 ‘도무지’ 맹세하지 말라 하신다(마태복음 5:34). ‘아예’ 맹세하지 말라신다. 하늘을 두고도 맹세하지 말고, 땅을 두고도 맹세하지 말고, 예루살렘을 두고도 맹세하지 말고, 자신의 머리를 두고도 맹세하지 말라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이 하는 맹세에는 두 종류의 맹세가 있었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켜야만 하는 맹세와, 지키면 좋지만 지키지 못해도 어쩔 수가 없는 맹세가 있었다는 것이다. 꼭 지켜야 하는 맹세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했고, 못 지키면 할 수 없는 맹세는 하늘, 땅, 예루살렘, 자기 머리를 두고 했는데, 문제는 은밀한 심사에 있었다.
내게 이익이 되는 맹세를 할 때에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맹세를 하고, 내게 손해가 되는 맹세를 할 때는 하나님 아닌 다른 이름으로 맹세를 했던 것이다. 못(안) 지켜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주님은 모든 맹세가 다 소중한 것이라고, 사람에게 한 맹세도 실은 하나님 앞에서 한 맹세라는 점을 일깨우신다. 맹세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하늘은 하나님의 보좌요, 땅은 하나님의 발판이요, 예루살렘은 크신 임금님의 도성이요, 머리 또한 인간이 자기마음대로 머리카락을 희게 하거나 검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을 걸고 맹세를 한다 할지라도 모두가 다 하나님이 거하시는 거처이니 자신의 생각을 감추기 위하여 함부로 하나님의 이름을 거들먹거리지 말라는 것이다.
주님이 원하시는 것은 굳이 맹세를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믿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나라의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게 되자 시드기야 왕은 주님이 명하신 법을 지키기로 한다. 안식년이 되면 종 되었던 히브리인들을 자유인으로 돌리는 규정이 있었는데, 그 법을 지키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하면 나쁜 상황이 호전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혹시나 싶어서 했는데 정말로 상황이 좋아지는 것이 아닌가. 이집트의 지원군이 다가오고, 바벨론 군대가 얼마동안 물러나는 것이었다. 일이 이렇게 좋아지자 시드기야를 비롯한 기득권자들의 마음이 바뀌고 만다. 종을 자유인으로 풀어주기로 한 것을 다시 취소한 것이다.
종에게 자유를 주기로 한 약속은 성전에서 주님과 한 약속이었다. 송아지를 두 조각으로 갈라놓고 그 사이로 지나가며 주님 앞에서 엄숙하게 서약했다. 송아지를 두 조각으로 쪼갠 뒤 그 사이를 지나가며 약속을 한 것은, 만약 약속을 어길 경우 자신이 지금 지나온 짐승처럼 되는 벌을 기꺼이 받겠다는 약속의 의미였다.
주님께서는 약속을 어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송아지를 두 조각으로 갈라 놓고, 그 사이로 지나가 내 앞에서 언약을 맺어 놓고서도, 그 언약의 조문을 지키지 않고 나의 언약을 위반한 그 사람들을, 내가 이제 그 송아지와 같이 만들어 놓겠다.” <새번역>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에는 주님의 법을 지키겠다고 엄히 약속을 하고, 막상 어려움이 지나가는 것 같으면 그 약속을 뒤집고 마는,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 속에는 얼마든지 오늘 우리들의 모습이 들어 있다.
그럴수록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이 있다.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당해 송아지를 갈라놓듯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 앞에 맹세한 것을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주님은 우리를 우리가 지나온 송아지처럼 만드신다는 것이다.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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