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1)

 

 

옛날 사람들은 보통 사람을 일컬어 이라 했다. 자식을 귀엽게 이를 때도 저 놈이 제 아들입니다라고 하여 을 썼다. 그래서 오래된 한자 자전 옥편(玉篇)에도 놈 자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양을 치는 목자(牧者)나 교인을 돌보는 목회(牧會者) 등에서 보듯이 직업 뒤에 붙는 놈 자()”에 대해 별로 거부감이 없었다.

 

얼마 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세계일보>가 추가 공개한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에 정씨가 이 의원(당시 청와대 홍보수석)근본도 없는 이라고 비하한 표현에 대해 메모를 적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이 의원은 저 보고 근본 없는 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맞는 말인지 모릅니다. 호남 이 새누리당에서 활동 중이고 새누리당 이 호남에서 네 번씩이나 출마한 것이 근본 없는 짓인지 모릅니다라고 적었다.

 

언제부턴가 이처럼 적대 관계에 있는 사람이나 무리를 비하하여 일컬을 때 이 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덩달아 구속자(救贖者), 구원자(救援者), 선지자(先知者), 인도자(引導者), 지도자(指導者), 창조자(創造者) 등과 같이 하나님이나 예수, 혹은 순기능을 행사하는 인물에게 “-()”를 쓰면 안 된다는 항의가 성경번역을 하는 대한성서공회 쪽에 쏟아진 적도 있다. 그런 항의에는 우리말 이나 옥편의 ()” 풀이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에 홀로 울리다 말았다. 한자에서 유래한 말을 함께 쓰고 있는 우리말에는 위에 든 예 말고도 관계자(關係者), 기자(記者), 당사자(當事者), 배우자(配偶者), 소비자(消費者), 유권자(有權者), 후보자(候補者) 등에서 보듯이 “-의 활용이 다양하다.

 

 

 

 

성경 히브리어에서는 우리말 에 해당하는 것이 히브리어 (아들)”이다. 이런 이해는 <구역>(1911)과 <개역>(1938)에 잘 나타나 있다. <개역> 번역을 본다. 우리말 번역에 영향을 끼친 중국어 한문 번역도 함께 비교한다.

 

사울의 사는 날 동안에 블레셋 사람과 큰 싸움이 있었으므로 사울이 힘 있는 자나 용맹 있는 자”(-하일, “용맹의 아들”)를 보면 그들을 불러 모았더라(삼상 14:52).

 

이 경우 우리말 <구역>(1911)이 참고한 한문 성경은 有能之士(유눙지사: 능력이 있는 선비)”(1852 文理, 1902 淺文理), “有勇者(유용자: 용기가 있는 자)”(1896 브리지만-컬버슨) 등으로 번역한다.

 

원수가 저에게서 강탈치 못하며 악한 자”(-아블라, “악의 아들”)가 저를 곤고케 못하리로다(89:22).

 

이 경우 한문 성경은 惡黨(악당)”(1852 文理), “惡人(악인)”(1854 文理串珠), “惡者之子(악자지자:악자의 아들)”(1896 브리지만-컬버슨). 브리지만-커버슨이 여기에서 히브리어의 구문을 그대로 옮기는 문자적 번역을 보인다. “惡人(악인)”(1902 淺文理).

 

 

여호와께서 또 모세에게 이르시되 아론의 지팡이는 증거궤 앞으로 도로 가져다가 거기 간직하여 패역한 자”(브네-메리, “패역의 아들들”)에 대한 표징이 되게 하여 그들로 내게 대한 원망을 그치고 죽지 않게 할찌니라(17:10).

 

이 경우 한문 성경은 橫逆之輩(횡역지배: 이치에 맞지 않는 어그러진 행동을 하는 무리)”(1852 文理), “悖逆之人(패역지인; 도리에 어긋나고 순리에 거스르는 일을 저지르는 사람)”(1854 文理串珠, 1902 淺文理), “悖逆者(패역자)”(1896 브리지만-컬버슨),

 

네 행한 이 일이 선치 못 하도다 여호와께서 사시거니와 여호와의 기름 부음 받은 너희 주를 보호하지 아니하였으니 너희는 마땅히 죽을 자”(브네 마베트, “죽음의 아들들”)니라 이제 왕의 창과 왕의 머리 곁에 있던 물병이 어디 있나 보라(삼상 26:16).

 

이 경우 <구역>(1911)과 <개역>(1938) 이전의 한문 번역들은 죽을 자라고 하지 않고, “(너희는) 죽어 마땅하다”, “너희 죄는 죽임을 당해야 마땅하다”, “어찌 당장 죽음에 처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모두 의역을 시도한다. “罪當致死(죄당치사)”(1852 文理), “爾罪當死(이죄당사)”(1854 文理串珠, 1902 淺文理), “則當死焉(즉당사언)”(1896 브리지만-컬버슨). 이 점에 있어서는 영어 번역들도 그러하다. 영어 번역 중에는 YLT(“but ye are sons of death”)만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번역이 너희는 죽어 마땅하다는 뜻으로 you deserve to die라고 번역한다.

 

우리말 성경 번역에 영향을 끼친 중국어 한문 번역들은 히브리어 (아들)”“-()” 외에 “-(선비)” “-(사람)” “-(무리)” “-(무리)”, 때로는 히브리어 문자 그대로 “-之子(-의 아들)”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이 밖에 다음의 예에서도 히브리어 (아들)”이 우리말 “-로 번역된 예를 더 볼 수 있다.

 

다윗이 그 사람을 크게 노하여 나단에게 이르되 여호와의 사심을 가리켜 맹세하노니 이 일을 행한 사람은 마땅히 “죽을 자”(벤-마베트, “죽음의 아들”)라 (삼하 12:5).

 

갇힌 자의 탄식으로 주의 앞에 이르게 하시며 “죽이기로 정한 자”(브네 트무타, “사형의 아들들”)를 주의 크신 능력을 따라 보존하소서(<개역> 시 79:11).

 

술을 마시다가 법을 잊어버리고 모든 “간곤한 백성[가난한 자]”(브네-오니, “가난의 아들들”)에게 공의를 굽게 할까 두려우니라(잠 31:5).

 

너는 벙어리와 “고독한 자”(브네 할로프, “고독의 아들들”)의 송사를 위하여 입을 열지니라(잠 31:8).

 

도망하는 자들이 기진하여 헤스본 그늘 아래 서니 이는 불이 헤스본에서 발하며 화염이 시혼의 속에서 나서 모압의 살쩍과 “훤화(喧譁)하는 자들”(브네 샤온, “소란(騷亂)의 아들들”)의 정수리를 사름이로다(렘 48:45).

 

가로되 이는 “기름 발리운 자”(브네-하이츠하르, “기름의 아들들”) 둘이니 온 세상의 주 앞에 모셔 섰는 자니라 하더라(슥 4:14).

 

주 여호와여 무엇을 내게 주시려나이까 나는 무자(無子)하오니 나의 “상속자”(벤-메셰크, “상속의 아들”)는 이 다메섹 엘리에셀이니이다(창 15:2). 

 

 

   민영진/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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