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힘들지 않으려고

한 마리 벌레처럼 가는 ‘걷는 기도’(3)


더는 힘들지 않으려고


길을 떠나기 전 망설인 일이 있었다. 일정을 어머니께 말씀을 드려야 하나 마나, 고민이 되었다.


미수(米壽)를 맞은 어머니는 막 호주를 다녀온 뒤였는데, 내 일정을 알면 걱정을 하실 것 같았고, 그렇다고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이야기를 듣게 되면 서운해 하실 것 같았다.


생각 끝에 전화를 드렸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북에서 내려오실 때 어디로 해서 왔어요?”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어머니는 기억을 더듬어가며 대답을 해 주었다. 고향이 강원도 통천군 벽양면인 아버지는 여름에 먼저 서울로, 어머니는 이듬해 봄에 각각 남으로 내려오셨다. 이번에 걷는 길 중에는 부모님이 내려올 때 걸었던 길이 포함되어 있을 것 같았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나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과 다르지 않았다


어머니의 대답을 듣고는 이번에 그 길을 한 번 걸어보려 한다고 가볍게 말씀을 드렸다. 어머니의 걱정을 덜자는 심산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가 일정을 물었다. 열하루 걸을 예정이라 하자 어머니가 한 마디를 하신다.


“얼마나 마음이 힘들면 그런 생각을 다 했을까…”


어머니는 자식의 마음을 어디까지 헤아리는 것일까.

굳이 말하지 않은 마음속까지를 헤아리는 것을 보면.


            폭우 속을 걸었기 때문일까, 금방 문제가 나타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목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걷는 기도에 대해 말했더니 친구가 한 마디를 했다.


“무엇하러 그렇게 힘든 시간을 가지려고 해. 어디 조용한 곳에서 기도하면 되지.”


친구가 ‘편하게’라는 말도 했는지는 모르겠다.


“언젠가는 꼭 갖고 싶었던 시간이었어.”


후배도 같이 있는 자리, 그렇게 대답했지만 마음으로는 하고 싶은 말이 따로 있었다.


‘힘들어서 그래. 더는 힘들지 않으려고…’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1) 걷는 기도를 시작하며 http://fzari.tistory.com/956

2) 떠날 준비 http://fzari.com/958


posted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