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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리> 출간 책 서평84

내면의 파열음에서 솟아나는 은혜 요나서는 불순종한 선지자가 물고기 뱃속에 들어갔던 모험담으로만 읽혀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작은 예언서의 중심에는 ‘하나님은 과연 어떠한 분이신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이 철저한 인과응보의 원칙에 따라 악인을 심판하고 의인에게 보상하는 ‘공의로운 분’이기를 기대합니다. 하나님의 선지자 요나 역시 그러했습니다. 그에게 정의로운 하나님은 마땅히 잔혹한 원수 니느웨를 불로 심판하셔야 했습니다. 그러나 요나서가 드러내는 하나님은 우리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십니다. 폭력과 죄악으로 물든 원수의 백성들마저 ‘좌우를 분별하지 못하는 내 자식’으로 여기며 아끼시는 “스캔들 같은 은혜”의 하나님이십니다. 요나는 자신에게 은혜로 주어진 박넝쿨 그늘은 기꺼이 누리면서도, 정작 .. 2026. 3. 18.
질문으로 신학하기 텍스트를 향해 질문한다는 것은 텍스트가 전하는 메시지를 얄 팍하게 수용하기보다는 자기 삶의 정황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이 기 위한 전략이다. 질문은 일종의 묵상이다. 시편은 복 있는 사람 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로다”(시편 1:2). ’묵상하다‘라고 번역된 히브리어 ‘하가’는 단순히 내면으로 침잠하여 자기를 살피는 것 이 아니라, 온몸의 감각을 동원하여 그 말씀의 의미가 몸에 스며 들게 하는 행위에 가깝다. 묵상으로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텍스트를 향해 던지는 질문의 능력이다. 질문은 사유를 심화하고 구조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태도이다. 질문의 능력이 곧 사유의 능력이다. 복음서에서도 우리는 예수가 제자들이나 무리들에게 던지는 수많은 .. 2026. 3. 16.
기도와 저항과 공동체(2) 자기 속에 평화가 없는 사람은 평화를 이룰 수 없다. 평화를 만드는 이들에게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전인격적인 변화이다. 평화운동이 영성운동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웬은 “평화를 만드는 일에 대한 성찰을 기도, 저항, 공동체”라는 세 가지 주제를 힘주어 말한다. “우리가 평화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먼저 평화를 증오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을 떠나 평화를 주시는 분의 집에 들어가야 한다.”  주님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 그리고 거기서 사는 것이 바로 기도이다. 기도는 우리를 존재로 부르신 분에게로 돌아가는 행위이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이들의 활동이 기도에 바탕을 두지 않을 때 쉽게 두려움에 빠지게 되고, 모질게 되게 마련이다. 하나님의 현존 안에 머무는 기도야말로 평화실천의 기본인 까닭이 여기에.. 2024. 12. 11.
기도와 저항과 공동체(1) “저항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모든 죽음의 세력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 그 결과 우리가 만나는 것이 어떤 모습이든지 상관없이 모든 생명에 대해 ‘예’라고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기도하라 저항하라》, 77쪽)여기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그 동료들이 미국 시민권 운동의 전환점으로 만든 셀마에서 진행된 영웅적 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 남부로 내려갔다. 1970년대에는 반전집회에서 연설했고, 코네티컷의 트라이던트 핵잠수함 해군 기지에서 벌어진 철야 평화 집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했다. 1980년대에는 내전이 벌어지고 있던 니카라과와 과테말라에 가서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을 찾아다니며 레이건 대통령의 저강도 전쟁 전략과 핵무기 경쟁을 비판하는 연설을 했고, 네바다의 핵실험 장소에서.. 2024. 12. 4.
날마다, 순간마다 하늘에 길을 묻지 않으면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게오르크 루카치가 《소설의 이론》에서 한 말이다. 옛사람들은 북극성을 가리켜 ‘거기소’(居其所)라 했다. 늘 그 자리에 있다는 말이다. 변함없이 그곳에 있기에 항해자들은 북극성을 보며 자기 위치를 가늠했다. 먼 바다로 나갔다가도 때가 되면 모천으로 회귀하는 연어떼, 장거리 비행을 하면서도 가야 할 곳을 잊지 않는 철새들, 꿀이 있는 곳으로 정확히 날아가는 벌들은 어떻게 길을 찾는 것일까? 운전자들은 GPS의 도움으로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은 길을 잃기 일쑤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왜 왔는지, .. 2024. 11. 27.
여성 설교의 현주소와 미래 전망 세 명의 여성 설교자가 한 설교를 일별하면서 드러나는 공통된 특징은 이 시대의 부조리에 대한 통렬한 진단이다. 각기 실천신학자, 조직신학자, 성서신학자인 강호숙, 김정숙, 박유미 세 분 박사가 보는 이 세상, 특히 한국사회와 한국교회는 여전히 남성가부장체제 아래 시대의 병통에 대한 성찰이 결여되었고 그 신앙이 편벽되며, 특히 여성의 위상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지극히 결핍된 공간이다. 공공연히 여성 침묵을 강요하면서 목사 등 특정한 교회 내 직분에 대한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그 대표적 징후라 할 수 있다. 그 와중에 이들의 설교는 그것이 잘못되었고 하나님의 뜻이 전혀 아니며, 예수의 구원 사역에 역행하는 반시대적인 인습이라고 정직하게 고발하며 절규하듯 외친다.  강호숙 박사의 설교는 실천신학자답게 신.. 2024. 10. 31.
여성 신학자, 설교자들의 육성을 직접 들어본다 여성 신학자, 목회자들의 육성이 담긴 설교집이다. 설교자, 신학자 하면 남성들을 떠올리기 쉬운 현실에서 여성 신학자, 여성 목회자의 설교를 직접 대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우선 여성 목회자나 신학자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아직도 낯설고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 풍토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도리어 그렇기 때문에 이책의 출간은 의미가 남다르다. 새 시대, 새 설교>에 참여한 이들은 김호경 전 서울장신대 교수, 유연희 스크랜턴 여성리더십센터, 이은선 한국信연구소 소장, 이연승 보스톤대학교 세계기독교와 선교연구소 초빙연구원, 이현주 한신대 종교와 과학 센터 연구교수, 최은경 한신대학교 겸임교수, 최은영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사무총장, 송진순 이화대학 강사, 이은경 감리교신학대학교 연구교수, 조은하/목원대학교 .. 2024. 10. 8.
도무지 믿음의 걸음이 뭔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이들에게 좋은 글을 읽는 것은 저자가 걸은 사유의 길을 따라 걷는 것과 같지요.  애쓰며 걸은 걸음, 때로는 어디로 내디뎌야 할지 몰라 머뭇거린 장소들, 어떤 경우에는 비틀거리며 걷느라 깊이 패인 자국들로 다양하지만 뒤따라 걷는 이는 그저 여유로울 수밖에 없지요. 그이의 수고 덕분입니다. 오랜 사유의 흔적들에는 알맞이 이정표들이 있고 넉넉히 쉬며 목축일 수 있는 샘이 적당한 간격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길 잃을 염려는 없고 세워진 이정표들을 들여다보면 걸음에 담겨진 다짐과 시간의 무게를 뭉근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멈추지 않을 듯 했던 여름이 슬며시 물러나며 가을이 시작되는 때에 마치 저자와 산책하듯  《그대는 한송이 꽃》을 읽으며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은 지인들과 대화하거나 편지를 나누며 그때그때 사유를.. 2024. 9. 8.
김기석 읽기에서 배운 가장 큰 미덕 김기석 목사는 숫자에 어두운 저같은 사람이 세기를 포기할 만큼 많은 책을 냈습니다. 만나 잠시 대화를 하거나 쓰신 책을 읽은 덕에 어떤 강박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김기석의 신간이 나오면 얼른 읽어야 한다는 조바심에서 꽤 자유로워졌습니다. 쓰신 책을 다 찾아 읽지 않아도 저자에게 미안함을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른 책이라면 모를까, 김기석을 읽을 때 저는 더이상 지식이나 정보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물론 새로운 정보로 차고 넘치지만 거기에 현혹되지 않게 된다는 뜻입니다. 김기석의 책을 읽으며 정보와 지식에 마음을 빼앗긴다면 매우 애석한 일입니다. 저는 김기석 읽기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회복했습니다. 느리게 가도, 소리가 작아도 그런 불편이 더 좋은 것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김기석 읽.. 2024.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