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55 큰 스승 옻나무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8) 큰 스승 옻나무 만물 안에서 하나님을 붙잡으십시오. 여러분이 만물 안에서 하나님을 붙잡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여러분의 탄생을 알리는 표지, 하나님이 몸소 여러분 안에서 아들로 태어났음을 알리는 표지가 될 것입니다. 얼마 전 내가 사는 원주 땅에 시인 한 분이 찾아왔다. 집에서 정성껏 차를 끓여 대접하고 나니, 시인은 다짜고짜 옻나무 밭을 보고 싶다고 했다. 전에 내가 쓴 옻나무에 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옻나무를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원주는 도시 주변의 야산 자락에 옻나무 재배를 많이 하고, 옻을 재료로 하는 칠기공예도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나는 시인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옻나무 밭으로 향했.. 2015. 7. 19. 밥을 제대로 모시면 그것이 곧 예배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7) 밥을 제대로 모시면 그것이 곧 예배 하나님은 자신을 사랑하시는 것과 똑같은 사랑으로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십니다. 만물을 사랑하시되 피조물로 여기지 않고 하나님으로 여겨 사랑하십니다. 하나님은 자신을 사랑하시는 것과 똑같은 사랑으로 만물을 사랑하십니다. 임낙경 목사님이 섬기는 강원도 화천의 시골교회에서 소박한 밥상을 받았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수고가 어우러져 공들여 빚어진 밥상. 밥을 다 먹고 났는데도 입안에는 그윽한 산야채의 향이 고여 있었다. 빈 그릇을 부엌으로 가져가는데, 부엌 입구에 ‘밥’에 관한 글귀가 적힌 족자가 눈길을 끌었다. 이 밥이 우리에게 먹혀 생명을 살리듯 우리도 세상의 밥이 되어 세상을 살리게 하소서. 한 방울의 물에도 .. 2015. 7. 10.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갈까?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6)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갈까? 영혼이 준비가 되어 있기만 하다면 성령이 그 영혼을 자신의 근원으로 데려갈 것입니다. 어느 해인가, 새해 벽두에 귀인을 맞이한 적이 있다. 겨우 두 번째 만남이었지만, 우리는 의기가 통해 곧 벗이 되었다. 국전 심사까지 한 널리 알려진 서예가인데, 그는 자기 글씨체를 ‘막가파체’라고 부르며 파격을 즐기는 위인이다. 햇닢, 무아 등의 여러 아호를 가진 그는 허름한 바랑에 한지와 붓과 먹과 낙관과 인주까지 싸 짊어지고 다닌다. 그는 청하지도 않았는데, 소위 ‘신년축시’를 써주고 가겠다며 시를 내놓으란다. 나는 내 시 가운데서 비교적 짧은 ‘쥐코밥상’이란 시를 내주었더니, 이내 붓을 들고 한바탕 묵희(墨戱)를 즐긴다. .. 2015. 7. 1. 걸레가 되어 찢기신 이를 기억하라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5) 걸레가 되어 찢기신 이를 기억하라 창조되지 않은 하나님 이외의 그 어떤 것도 이 성전에 어울릴 수 없습니다. 천사보다 못한 것은 그 어느 것도 이 성전과 같을 수 없습니다. 이 성전은 대단히 아름답게 빛나고, 하나님이 지은 모든 것보다 더 밝고 순수하게 빛납니다. 창조되지 않은 하나님 외에는 그 어떤 것도 그 광채에 견줄 수 없습니다. 이 성전은 당신과 나의 영혼이다. 이 성전의 제단 위에 타는 성촉(聖燭)은 당신과 나의 영혼의 불꽃이다. 이 성전에 바쳐진 제물은 모든 장애와 무지와 어리석음을 여윈 당신과 나의 순수한 영혼이다. 이 성전에 울려 퍼지는 찬양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당신과 나의 가슴에서 울려나오는 신의 메아리다. 이 성전.. 2015. 6. 26. “주님, 어찌하여 나병환자로 저를 찾아 오셨습니까?”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4) “주님, 어찌하여 나병환자로 저를 찾아 오셨습니까?” 영적인 것과 복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남에게 나누어주지 않는 사람이 영적이었던 적은 결코 없습니다. 모름지기 사람은 영적인 것과 복을 자기를 위해서만 간직해서는 안 됩니다. 무릇 사람은 자기 몸과 영혼 안에 지닌 모든 것을 서로 나누고, 남이 자기에게 바라는 것이면 무 엇이든지 내주어야 합니다. 비바람이 몹시 심하게 부는 어느 날 밤, 남루한 차림의 거지가 성 프란체스코의 오두막으로 찾아왔다. “너무 배가 고프고 추우니, 먹을 것과 잠자리를 좀 마련해 주세요.” 프란체스코는 얼른 그 거지를 데리고 들어와서 불빛에 비춰 보니, 그 거지는 얼굴과 코가 문드러진 문둥이였다. 그는 서둘러 음식을 준.. 2015. 6. 18. 설거지를 명상으로 바꿀 수 있는가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3) 설거지를 명상으로 바꿀 수 있는가 내적인 행위가 크면 외적인 행위도 크고, 안이 보잘 것 없으면 바깥도 보잘 것 없습니다. 내적인 행위는 자체적으로 크기와 폭과 길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내적인 행위는 하나님의 심장으로부터 비롯되어야 합니다. 슈멜케 폰 니콜스부어크라는 이름의 랍비에게 어느 제자가 물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님을 잘 섬길 수 있겠습니까?” 스승은 그 제자를 여인숙을 운명하고 있는 아브라함 하임이라는 또 다른 랍비에게 보냈다. 아브라함 하임이야말로 현명하고 거룩한 사람이라고 강조하면서! 제자는 그 여인숙을 찾아가서 방을 하나 잡고 여러 주일을 머물렀다. 그리고는 이 스승의 비밀이 무엇인지, 그 흔적이라도 잡아보려고 온갖 노력.. 2015. 6. 13. 돼지의 맑은 두 눈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2) 돼지의 맑은 두 눈 하나님은 스스로를 누리십니다. 하나님은 자신을 누리시는 것과 똑같이 모든 피조물을 누리십니다. 모든 피조물을 누리시되, 피조물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으로서의 피조물을 누리십니다. 하나님은 스스로를 누리시는 것과 똑같이 만물을 누리십니다. 세상 만물의 가장 작은 조각들에도 하나님의 지문이 찍혀 있네. 모든 원자 속에 삼위일체의 거룩한 형상이 성스럽게 모셔져 있으며, 삼위일체 하나님의 모습이 어슴푸레 어려 있네… 내 몸뚱이를 이루는 하나하나의 세포가 모두 다 창조주를 찬미하고 끊임없이 사랑을 선언하네. 물총새는 물고기를 잡도록 만들어졌고 붕붕 우는 벌새는 꽃의 꿀을 빨도록 만들어졌으며, 사람은 하나님을 묵상하고 사랑하도록 창조되었.. 2015. 6. 5.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궁극의 위로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1)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궁극의 위로 피조물의 위로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것에는 무언가가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위로는 순수하고 잡스러운 것이 섞여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완벽하고 완전합니다. 지난 겨울에는, 교우 중에 한 분이 참척의 아픔을 겪었다. ‘참척’이란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은 일을 말하는 것. 나는 교우를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교우 딸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 영안실로 향했다. 교우의 딸은 막 대학원을 졸업한 장래가 촉망되는 공학도였다. 나는 그가 장기에 퍼진 암으로 죽기 전에 몇 차례 대면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직 앳된 얼굴에 영혼의 해맑음이 어려 있었다. 병원 지하의 썰렁한 영안실, 교우는 얼마나 울었는지 얼.. 2015. 5. 28. 영적 치매와 과다한 설교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0) 영적 치매와 과다한 설교 하나님은 영혼이 넓어지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은 영혼에게 많은 것을 받을 기회를 줍니다. 그렇게 해야만 몸소 많은 것을 줄 기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영혼을 넓힐 기회는 많지 않다. 지상 위에서의 우리 생은 영혼을 넓힐 유일한 기회이다. 하지만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영혼의 넓이보다 교회 건물의 넓이에 관심을 기울이고, 영혼의 확장보다 교세의 확장을 원한다. 사실상 교회 건물의 넓이와 교세의 확장은 영혼의 확장과 아무 관계가 없다. 오히려 교회 건물이 넓어질수록 그 영혼은 위축되고, 교세가 확장될수록 사람들의 영적 관심은 엷어지지 않던가. 근자에 한국교회 어느 교단에서 교단장을 차지하기 위해 치졸한 다툼을 벌이는 것.. 2015. 5. 21.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