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영의 '구약성경 속 여성 돋보기'45 왕의 권력을 조롱한 왕후 와스디 구약성경 속 여성돋보기(18) 왕의 권력을 조롱한 왕후 와스디 인간에게 허락된 모든 권력의 드라마는 그 권력 아래서 대항하는 행위와 증언으로 나타나곤 한다. 권력과 관련한 구약의 이야기들은 약한 타인을 희생물 삼아 특정 집단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을 지지하지 않는다. 이것은 권력의 정당성을 힘의 과시에 두지 않고 섬김을 그 바탕에 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제국의 역사 어디를 들여다봐도 권력은 힘의 과잉을 추구하고 축적하여 민중을 억압했을 뿐이지 섬김의 지도력은 아니었다. 구약성경은 창조사건 이후로 이스라엘이라는 작은 민족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고대근동의 작은 도시국가들과 제국들과의 각축전 속에서 펼쳐지는 구속 역사의 드라마다. 이 거대한 드라마에 작지만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존재한다. 장차 정치적 음.. 2016. 12. 28. 지극히 평범한 한나, 비범한 노래를 부르다 구약성경 속 여성돋보기(17) 지극히 평범한 한나, 비범한 노래를 부르다 2016년 12월의 대한민국, 평범한 시민들은 광장의 평화로운 촛불 혁명을 이끌고 있다. 평범함은 지리멸렬하지 않았고 지배 세력들의 사악한 동맹과 결탁을 부끄럽게 만들며 비범함을 드러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든 광장의 촛불이 비범함으로 승화되는 과정은 사무엘서의 한나의 기도와 중첩되었다. 한나는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었다. 때는 사사들이 통치하던 시대가 거의 끝나고 왕정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그녀는 이스라엘 역사의 과도기를 지나고 있었다. 이스라엘 사사시대의 끝자락은 암울했다. 안으로는 영적 지도자들인 제사장들의 타락으로 인한 혼란의 시기였고, 밖으로는 강력한 철제무기로 무장한 블레셋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었다. 제사장들은 올바른 예배.. 2016. 12. 14. 밧세바는 강간당한 것인가, 유혹한 것인가 구약성경 속 여성 돋보기(16) 밧세바는 강간당한 것인가, 유혹한 것인가 “모호하게 보이는 것들에서 우리는 뭔가를 깨달을 수 있다”라고 말한 자끄 라깡의 한 마디처럼 모호함은 텍스트 해석의 실마리가 되곤 한다. 모호성은 일상 언어와 과학의 영역에서 환영받지 않지만, 문학의 옷을 입은 텍스트의 모호성은 독자를 미묘한 언어게임의 장으로 불러들인다. 예컨대 다윗의 드라마에서 도덕적으로 가장 큰 문제였던 이른바 밧세바와의 간음 사건에서도 모호성이 포착된다. 단 한 절만으로 기록된 이 사건은 사무엘하 11장 전체 맥락에서 왕의 권력을 남용한 다윗의 일방적인 강간행위는 아니었는가를 질문하게 만든다. 다윗의 간음 이야기는 이스라엘과 암몬과의 전쟁이 진행되는 폭력의 상황 가운데(10장; 12:16-31) 다윗의 궁전에.. 2016. 12. 6. 아비가일, 아름답고 총명하고 노련했다 구약성경 속 여성 돋보기(15) 아비가일, 아름답고 총명하고 노련했다 다윗에게는 아름답고 총명한데다 용감하고 민첩한 아내가 있었다. 한때는 나발의 아내였던 아비가일이다(사무엘상25장). 때는 주전11세기 사울 왕의 통치 시대였지만, 이미 그의 시대는 기울고 있었다. 사울이 다윗을 죽이려고 추적하던 끝자락에서, 그는 다윗이 차기 이스라엘 왕이 될 것을 시인했다(24:20-21). 이즈음 사울을 왕으로 세웠던 예언자 사무엘의 죽음과 그의 장례식이 있었다. 이후 다윗은 시내 반도 북쪽 바란 광야로 이동한다(25:1). 이때 다윗이 사울을 피해 은신처로 이용한(23:24) 마온에는 큰 재산가 나발이 살고 있었다. 그는 목초지 갈멜에서 양 삼천 마리, 염소 천 마리의 털을 깎고 있었다(2절). 그는 갈렙 족속의 .. 2016. 11. 23. 다윗 왕의 아내, 미갈의 최후를 아시나요? 구약성경 속 여성돋보기(14) 다윗 왕의 아내, 미갈의 최후를 아시나요? 다윗은 이스라엘의 두 번째 왕이었다. 그의 통치 기록은 구약의 사무엘서, 열왕기서, 역대기서에 걸쳐 나타난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이상적인 왕으로 평가받는 다윗의 성공적인 왕의 궤적은 그의 아내들에 의해 지원되고 강화되었다. 그런데 다윗의 여성들과의 관계는 미심쩍고 의외적인 구석이 있다. 그에게는 여덟 명의 아내와 여러 명의 첩들이 있었다. 여러 처첩을 둔 것은 의로운 지도자보다는 제왕적 권력자로 보이게 한다. 그의 권력 주변부에는 주목받는 세 명의 여성들이 있다. 다윗의 첫 번째 아내이자 사울 왕의 딸 미갈, 부유한 지주의 아내였던 아비가일, 그리고 다윗의 충신 우리야의 아내였던 솔로몬의 모친 밧세바다. 이들 중 비극적인 주인.. 2016. 11. 8. 욥의 아내는 악처였는가? 구약성경 속 여성돋보기(13) 욥의 아내는 악처였는가? 구약성경의 등장인물들 중에 일부 성경해석자들과 설교자들에게 혹독한 평가를 받는 여성이 있다. 욥의 아내다. 남성 주류의 주일 설교 강단에서 사정없이 난도질당한 욥의 아내는 교회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욥의 아내를 “마귀를 돕는 배필”(아우구스티누스), “사탄의 도구”(칼뱅)로 여겼던 기독교의 위대한 선생들의 발언이 교회 역사 속에서 면면히 흘러 온 셈이다. 2년 전쯤이었다. 주류 신학의 안전한 테두리에 소속된 제법 큰 교회의 담임목회자는 설교 중에 욥의 아내를 세계 3대 악처 중 한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러나 정말 욥의 아내는 이러한 비난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었을까? 무명의 그녀가 했던 딱 두 마디 말, “그래도 자기 온전함을 .. 2016. 10. 27. 이런 여자 어디 있나요? 구약성경 속 여성 돋보기(12) 이런 여자 어디 있나요? 그대, 여성들이여 슈퍼 우먼을 꿈꾸는가? 그대, 남성들이여 슈퍼 우먼을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은가? 그대의 아내가 슈퍼우먼이기를 바라는가? 슈퍼우먼은 집안일과 바깥일을 유능하게 잘 해내는 여자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아내와 어머니로서 가정을 잘 돌보고 바깥일을 척척 해내면서 사회적인 존경까지 받으며 역량을 발휘하는 여성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은 남성들에 비해 매우 낮다. 이유는 조직사회의 보이지 않는 높고 두꺼운 무형의 장벽, ‘유리천장’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고한 장벽을 깬 여성들의 고된 노력은 종종 존재감을 드러내곤 했는데, 이렇게 존재감을 드러낸 여성들의 흔적은 생각보다 훨씬 먼 과거로 떠나야 하는 여행이다. 가부장적.. 2016. 10. 14. 다윗의 여자 조상 룻과 나오미, 가부장적인 질서의 해독제였다 구약성경 속 여성 돋보기(11) 다윗의 여자 조상 룻과 나오미, 가부장적인 질서의 해독제였다 룻기의 결말은(룻기4:18-22) 다윗의 조상을 소개하는 족보로 끝난다. 베레스-헤스론-람-암미나답-나손-살몬-보아스-오벳-이새-다윗까지다. 룻기의 히브리어 본문 마지막 글자가 다윗이다(4:22). 다윗의 여자 조상 룻과 나오미 이름이 계보에 없지만, 보아스는 룻의 남편이며 룻이 낳은 아들이 오벳이다(4:14). 아들을 낳은 이는 룻이지만, 시어머니 나오미가 손자 오벳의 양육자였다. 베들레헴 여자들은 룻이 낳은 아들 오벳을 보며 나오미와 손자를 축복했고 “일곱 아들보다 귀한”며느리 룻에 대한 열정적인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4:14-15). 여인들이 나오미에게 이르되 찬송할지로다. 여호와께서 오늘 네게 기업 무를 .. 2016. 10. 4. 인습을 벗어난 또 하나의 가족 룻과 나오미 구약성경 속 여성 돋보기(10) 인습을 벗어난 또 하나의 가족 룻과 나오미 구약에는 히브리 문학의 백미로 평가받는 작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시어머니를 잘 봉양한 효성 깊은 이방 땅의 며느리 이야기로 알려졌고, 그녀의 이름을 따서 책 제목을 붙인 룻기가 그렇다. “신약성서에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있다면(누가복음 10:29-37), 구약성서에는 이것과 평행을 이루는 선한 모압인 이야기가 있다”라는 한 줄 평은 룻기의 성격을 단번에 낚아채준다. 둘 다 사회적 장벽을 뛰어 넘는다는 점에서 아름답고 도전적이다. 더욱이 룻기는 남성 주인공들이 주류를 이루는 관례들을 침투해 들어간다. 오묘하게도 가부장적인 위계질서와 폭력성 짙은 참혹한 이야기가 끝나는(사사기 19-21장) 지점에서 시작된다. 밤이 깊어야 새.. 2016. 9. 21.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