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영의 '구약성경 속 여성 돋보기'45 “음녀”도 “이방계집”도 아니에요 김순영의 구약 지혜서 산책(15) “음녀”도 “이방계집”도 아니에요 기존 언어에 동의하지 않고 말하는 것, 용기를 필요로 한다. 더군다나 그 언어가 소수의 목소리일 때는 비난 받을 각오까지 한다. 힘의 위계질서에서 약자의 말은 묵살당하기 쉽다. 약자의 말이 타당성을 얻으려면 설명과 증명이 필요하다. 연일 쏟아지는 ‘미투’(Me too)운동을 보며 마음이 무겁다. 용감히 나서 잘못된 사회를 고발하는 목소리를 응원하면서도, 돌덩이를 안고 있는 것처럼 무겁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느껴서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 문제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성의식 문제만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야 할 공적인 자리가 여전히 권력사회의 강자인 남성중심의 편파적 권력구조가 빚어낸 불합리성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 2018. 2. 13.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는가? 김순영의 구약지혜서 산책(14)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는가?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까. 하나님은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실까.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 구별 없이 느닷없이 닥치는 자연 재해나 대형 참사들, 그리고 대학살(홀로코스트)같은 어마어마한 고통을 어떻게 설명할까. 때때로 인생과 세상사는 인간의 빛나는 지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봉착하곤 한다. 때문에 누군가는 고통과 하나님의 정의로운 통치 사이에서 방황한다. 해롤드 쿠슈너(Harold S. Kushner)라는 랍비는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 때』(When Bad things Happen to Good People)라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책으로 남겼다.. 2018. 1. 11. 지고한 의인 욥과 지혜자 코헬렛이 만났을 때 김순영의 구약 지혜서 산책(13) 지고한 의인 욥과 지혜자 코헬렛이 만났을 때 구약의 지혜서 중 와 는 구약지혜 전승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부의 시각으로 존재한다. 중심을 탈피하고 위계적인 존재 방식을 넘어 대안적인 사유방식으로 존재한다. 구약에서 이 두 권의 책은 모호성과 불가해성으로 독자를 당혹스럽게 하지만, 성급하고 억지스러운 판단과 주장을 피하도록 인내심을 길러준다. 어떤 사태의 복잡성을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선사한다. 코헬렛(전도자)은 ‘미지’(the unknown)의 세계, 곧 ‘영원’ 안에서 세심하고도 열린 사고를 요청한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우주와 역사의 ‘비밀’을 풀고 싶은 열정을 주셨지만, 하나님이 어떻게 일을 시작하셔서 끝내실지 아는 사람은 아무.. 2017. 12. 8. 나의 말이 철필과 납으로 영원히 새겨졌으면 김순영의 구약지혜서 산책(12) 나의 말이 철필과 납으로 영원히 새겨졌으면 글 쓰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자기 이름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 쓴다. 또 누군가는 입신출세의 길이어서 쓴다.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 쓰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글을 쓰지 않고서는 못 배기기 때문에 쓴다. 글을 쓰지 않으면 마음속 지병이 되기 때문에 쓰는 이도 있다.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쓴다는 것은 기도의 형식과 같다고 했다. 간절한 무엇이 있기에 글을 쓴다는 것인데, 그러면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만을 위한 행위일까? 글쓰기가 자신의 존재이유인 사람도 있지만, 인류에 대한 연민 때문에 글을 쓰는 이도 있다. 지금 이 순간 나의 글쓰기는 자신의 결백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멸의 기록이 되기를 염원했던 .. 2017. 11. 24. “모든 책들 가운데 가장 진실한 책” 김순영의 구약 지혜서 산책(11) “모든 책들 가운데 가장 진실한 책” 나는 일찍이 성경의 아름다움을 깨닫지 못했었다. 성경을 자세히 읽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씩 맛보기 시작할 때에야 비로소 ‘언어로 된 성전’, 곧 성경전서의 ‘아름다움’이 보였다. 기독교인의 삶의 표준인 성경 말씀을 통해 ‘진리’의 참됨(진)과 ‘착함’(선)을 배웠지만, ‘아름다움’(미)은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뒤늦게 깨달은 것 하나, ‘진리’는 아름답다. 서구 철학이 말한 진선미(眞善美)의 구도가 인간의 지성, 의지, 감정(심미성)의 조화를 목표한 것이라서 이 말을 한 것은 아니다. 시의 문장으로 지어져 예술성을 확장시키는 구약의 지혜서는 간결미, 상징적인 언어의 모호함과 함축미의 결정체다. 글의 형식적인 아름다움과 현실의.. 2017. 11. 3. 지혜의 문장을 들어야 하는 이유 김순영의 구약 지혜서 산책(10) 지혜의 문장을 들어야 하는 이유 문학성과 예술성을 삭제한 논리적 용어가 학술적 가치를 드높이고 학문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믿는 세계가 있다. 지식을 다루는 학자들의 세계다. 그 세계의 문장들은 길고 감동 없기 일쑤다. 나도 어느새 문학적인 감수성과 예술성, 그리고 상상력을 살려내지 못하여 심미성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독자가 되어 있다. 독자로서의 시간이 길어지면 저자가 되기도 하는데, 가끔 단 한 줄 문장도 마음을 동요시키지 못할까봐 두렵다. 그럼에도 이 틈바구니에서 신학적인 것에 문학성을 녹여 서로의 자양분이 된 글쓰기를 꿈꾼다. 운율과 리듬, 비례와 조화가 어우러진 구약 지혜서 문장의 숭고한 아름다움처럼. 구약 지혜서의 문장은 오랜 세월 갈고 닦여진 함축적인 아름.. 2017. 10. 11. 거기 영원히 서있는 땅의 사람이여 김순영의 구약지혜서 산책(9) 거기 영원히 서있는 땅의 사람이여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삶은 시작과 끝이라는 양극성을 품고 있다. 전도서 저자 코헬렛(전도자)은 일찍이 자연세계의 순환하는 질서와 반복되는 인간 역사에서(전도서 1:4-11) 양극의 운동을 살폈다. 그는 자연과 인간의 역사가 양극 사이를 끝없이 오가지만 언젠가 그 끝이 존재함을 인식했다.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 아닌가. 코헬렛은 우주와 인류 역사의 종말을(12:1-8) 내다보면서도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연의 길과 새로울 것 없는 인류 역사의 흐름을 살펴 땅에 속한 사람이 어떠해야함을 깨우치게 했다. 그 방식은 선동적인 설득으로 굴복시키고야마는 연설이나 주입식 설교조의 말도 아니다. 간결해서 아름다운 시의 언어다. 코헬렛은 ‘해 .. 2017. 9. 26. 지나치게 의롭지 말라? 김순영의 구약지혜서 산책(8) 지나치게 의롭지 말라? 사물을 판단하는 가장 우선적인 신체기관은 눈이다. 아름다움과 추함을 자각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혜 탐색도 먼저 눈에서 시작된다. 고대 이스라엘인들에게 지혜의 자리로 알려진 ‘마음’의 눈은 사물과 사건의 가장 깊은 곳까지 뚫고 들어간다. 코헬렛(전도자)이 그러했다. 그는 덧없는 날을 살면서 ‘해 아래’ 일어나는 온갖 일을 살펴보고 “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게다가 그의 지혜의 말들은 학술적인 논리어가 아니고 일상의 언어다. 그 말들의 자유로운 어울림은 독자로 하여금 삶을 반추하게 만드는 놀라운 힘을 가졌다. 무엇보다 그는 ‘개념의 감옥’에 갇혀있지 않아 지혜자의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그는 자유롭다. 그 내공과 자유로움은 ‘지나치게 의롭지 말라’(전.. 2017. 9. 15. 왜, 지혜의 낙관적 기대를 무너뜨리는가? 김순영의 구약지혜서 산책(7) 왜, 지혜의 낙관적 기대를 무너뜨리는가? 지혜는 유산처럼 아름답다전도서의 저자 코헬렛(전도자)은 지혜의 가치와 유용성을 말하고 가르치는 지혜 선생이다(전도서 12:9-10). 그에게 지혜는 유산처럼 아름답고, 돈의 그늘 아래 있는 것처럼 유익하다. 지혜를 소유한 자는 생명까지 보호받는다(7:11-12). 지혜는 유산 같이 아름답고햇빛을 보는 자에게 유익 되도다지혜의 그늘 아래 있음은 돈의 그늘 아래에 있음과 같으나지혜에 관한 지식이 더 유익함은 지혜가 그 지혜 있는 자를 살리기 때문이라(7:11-12, 개역개정) 코헬렛이 지혜의 가치를 돈과 비교하니 이 보다 더 적나라할 수 있을까 싶다. 이 말은 잠언의 지혜처럼, 지혜의 오른 손에는 장수가 있고 왼손에는 부와 명예가 있다(.. 2017. 8. 30.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