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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기도 받으라고 받을 수 있다고 때때로 당신 뜻 모를 고통과 아픔 주지만 받을 수 있다고 받아야 한다고 인정하지만 그러나 주님 저만치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있습니다. 툭 길 끊기고 천 길 벼랑일 때가 있습니다. 받으라 하시고 받아야 한다고 인정하지만 - (1995년) 2021. 3. 5.
강물도 더듬거릴 때가 있다 “내가 아브라함을 선택한 것은, 그가 자식들과 자손을 잘 가르쳐서, 나에게 순종하게 하고, 옳고 바른 일을 하도록 가르치라는 뜻에서 한 것이다. 그의 자손이 아브라함에게 배운 대로 하면, 나는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대로 다 이루어 주겠다.”(창 18:19) 주님 안에서 평안을 누리시길 빕니다. 큰비가 내리더니 대기가 며칠 청명합니다. 영동 지역에는 폭설이 내려 사람들의 발이 묶였더군요. 피해는 없으셨는지요? 폭설로 불편을 겪은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눈 덮인 산과 들, 그리고 마을은 왠지 포근한 느낌이 듭니다. 마치 동화 속의 나라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16세기 네덜란드 화가 피테르 브뤼헬(1525-1569)의 ‘눈 속의 사냥꾼’이라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화가는 사냥꾼들이 사냥개들과 함께 마을로 돌아.. 2021. 3. 4.
새벽 강 새벽 강가에 물안개가 뽀얗게 피어올랐습니다. 어둠 속을 밤새 흐른 강물이 몸이 더운지 허연 김으로 솟아오릅니다. 우윳빛 물안개가 또 하나의 강이 되어 강물 따라 흐를 때, 또 하나의 흘러가는 것, 물새 가족입니다. 때를 예감한 새들이 나란히 줄을 맞춰 날아갑니다. 이내 물안개 속에 파묻혀 더는 보이지 않는 새들, 물안개 피어나는 새벽 강에선 새들도 강물처럼 흘러갑니다. - (1995년) 2021. 3. 4.
저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스물세 번째의 시도, 그렇게 해서 이 원고는 책으로( 세상과 만났습니다. 사별, 그러니까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배우자가 떠난 이들의 슬픔을 듣는 일은 괴롭습니다. 그러니 이 이야기를 담은 원고를 들고 여기 저기 문을 두드려보았지만 반기는 이가 별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출판사 문은 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스물두 번의 시도는 사별의 아픔에 더하여 좌절의 고통을 주었을 것입니다. 는 이 원고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빨려들 듯이 읽었습니다. 전문적으로 글을 써온 이들도 아닌데 이들이 토로하는 고통과 그 고통을 치유하고 일어나는 과정은 어느 글장이보다 더 깊게 가슴에 파고 들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상실과 충격, 혼자 남겨진 외로움과 감당해.. 2021. 3. 3.
봄 들판 들판에 가 보았네 아이들의 웃음소리 아이들은 들판을 가로 질러 아지랑이처럼 달렸네 들판에 가 보았네 조용한 푸름 번지고 있었네 하늘이 땅에 무릎 꿇어 입 맞추고 있었네 들판에 가 보았네 언덕 위 한 그루 나무처럼 섰을 때 불어가는 바람 바람 혹은 나무 어느 샌지 나는 아무 것이어도 좋았네. - (1995년) 2021. 3. 3.
단강의 아침 단강의 첫 아침을 여는 것은 새들이다. 아직 어둠에 빛이 스미지 않은 새벽, 어둠을 뚫고 들려오는 삐죽한 소리가 있다. 가늘고 길게 이어지다 그 끝이 어둠속에 묻히는 애절한 휘파람 소리, 듣는 이의 마음까지를 단숨에 맑게 하는 호랑지빠귀 소리는 이 산 저산 저들끼리 부르고 대답하며 날이 밝도록 이어진다. 새벽닭의 울음소리도 변함이 없다. 그게 제일이라는 듯 목청껏 장한 소리를 질러 댄다. 그 뒤를 잇는 것이 참새들이다. 참새들은 소란하다. 향나무 속에 모여, 쥐똥나무 가지에 앉아, 혹은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수선을 핀다. 저마다 간밤의 꿈을 쏟아 놓는 것인지 듣는 놈이 따로 없다. 그래도 참새들의 재잘거림은 언제라도 정겹다. 가벼운 음악으로 아침 맞듯 참새들의 재잘거림은 경쾌하고 즐겁다. 오늘 아침엔 후.. 2021. 3. 2.
멀리서 온 소포 Australia Yoo KYONG HAHM (오스트레일리아 함유경). 전혀 낯선 곳, 낯선 이로부터 온 소포를 혹 잘못 배달된 것 아닌가 거듭 수신자 이름을 확인하며 받았다. 커다란 상자였다. 분명 수신자란엔 '단강교회 한희철'이라 쓰여 있었다. 누굴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짚이는 구석이 없었다. 조심스레 상자를 열었을 때 상자 안에는 커피와 크림, 초콜릿 등 다과가 하나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사연은 없었다. 궁금증은 다음날 풀렸다. 역시 항공우편으로 온 편지에는 전날 받아 든 소포에 대한 사연이 담겨 있었다. 머나 먼 이국땅에서 한 외진 마을로 부쳐온 쉽지 않은 정. 예배를 드리고 둥그렇게 둘러앉아 다과회를 갖는 자리엔 낯설고 의아한, 그러나 무엇보다 따뜻한 감동이 흐르고 있었다. 이.. 2021. 3. 1.
물 인심 물 한 잔 드릴까요? 하고 얼른 물으면 바빠요! 하며 냉큼 달아나신다 택배 기사님도 배달 기사님도 집배원 아저씨도 물 한 모금 삼킬 틈없는 나무 꼬챙이 같이 삐쩍 마른 뒷모습에 넉넉한 물 인심이 가슴 우물에 먹먹히 고인다 2021. 3. 1.
봄 들판 들판에 가 보았네 아이들의 웃음소리 아이들은 들판을 가로 질러 아지랑이처럼 달렸네 들판에 가 보았네 조용한 푸름 번지고 있었네 하늘이 땅에 무릎 꿇어 입 맞추고 있었네 들판에 가 보았네 언덕 위 한 그루 나무처럼 섰을 때 불어가는 바람 바람 혹은 나무 어느 샌지 나는 아무 것이어도 좋았네. - (1995년) 2021.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