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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기투와 비상

by 한종호 2019. 2. 17.

하루 한 생각(51)

 

기투와 비상

 

쏟아진다.
막힘없이 쏟아져 내린다.
급전직하(急轉直下),
아찔한 곤두박질이다.

 

목양실 책상에 앉아 일을 하다보면 뭔가가 창밖으로 쏟아질 때가 있다.
따로 눈길을 주지 않아도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잠깐의 흐름이 창문을 통해 전해지기 때문이다.


빛인지 그림자인지 분간하기는 힘들지만,

폭포수가 떨어지듯 뭔가 빗금을 긋고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빗금을 따라가면 어김없이 그 끝에 참새들이 있다.

 

 

 

 

비단 떨어질 때만이 아니다.
솟아오를 때도 마찬가지다.
빛인지 그림자인지가 수직상승을 한다.


그것은 위로 긋는 빗금이어서 잠깐 사이에 창문에서 사라진다.

참새들이다.


목양실은 2층에 있어 바로 위가 옥상이고, 아래층엔 긴 담벼락과 소나무가 있다.
옥상에 있던 참새들이 한순간 몸을 던지는 것이다.
그것은 날기보다는 뛰어내림에 가깝다.
날개가 있는 것들은 얼마든지 허공에 자신을 내던진다.

 

참새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참새들만 안다.
이따금씩 공터나 소나무, 혹은 소나무 그늘 아래에 모습을 보일 뿐이다.
자신들의 시간에 누군가 끼어들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듯,
종종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옥상 위로 솟아오른다.

 

그런 참새들을 눈부시게 바라본다.
두렴 없이 나를 내던지는,
저만한 기투(企投)가 어디 있을까 싶어서.
시공간을 단번에 꿰뚫는,
저만한 비상(飛上)이 어디 흔할까 싶어서.  

 

-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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