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52)
어떠면 어떠냐고
날이 흐리거나 마음이 흐리면 촛불을 켠다.
촛불은 어둑함과 눅눅함을 아울러 지운다.
겨울이 다 가도록 드물던 눈이 새벽부터 내리던 날,
책상 위에 촛불을 밝혔다.
사방 나무들이 울창하게 선,
촛불을 켜면 숲을 비추는 달빛처럼 빛이 은은한 불빛이
얼마간 타다가 꺼지고 말았다.
초가 다 탄 것이었다.
초를 바꾸기 위해 다 탄 초를 꺼내보니 형체가 기이하다.
이리저리 뒤틀려 처음 모양과는 거리가 멀다.
다 탄 초가 넌지시 말한다.
끝까지 빛이었으면 됐지
남은 모양이 어떠면 어떠냐고.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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