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64)
당신마저 아니라 하시면
더러운 귀신 들린 어린 딸을 둔 수로보니게 여인이 예수의 발 앞에 엎드렸을 때, 예수는 우리의 귀를 의심할 만한 말을 한다.
“자녀들을 먼저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이 먹을 빵을 집어서 개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마가복음 7:27)
유대인 중의 하나라면 모를까, 어찌 예수가 그럴 수가 있을까. 아무리 이방인이라도 그렇지, 여자라도 그렇지, 귀신 들린 딸을 두었더라도 그렇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너무도 잔인하고 난폭한 일이었다. 어쩌면 예수는 이렇게 묻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너의 간절함의 깊이는 얼마나 되느냐?’
‘너의 간절함은 지극한 겸손에서 길어 올린 것이냐?’
여인은 비명을 지르며, 욕설을 쏟아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개들도 자녀들이 흘리는 부스러기는 얻어먹습니다.”(28절)
여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주님, 당신마저 아니라 하시면 저는 더 갈 데가 없습니다.’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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