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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달 따러 가자

by 한종호 2019. 3. 31.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91)

 

달 따러 가자

 

윤석중 선생님이 만든 ‘달 따러 가자’는 모르지 않던 노래였다.


“얘들아 나오너라 달 따러 가자
장대 들고 망태 메고 뒷동산으로
뒷동산에 올라가 무동을 타고
장대로 달을 따서 망태에 담자”

 

지금도 흥얼흥얼 따라 부를 수가 있다.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 2절이 있는 줄을 몰랐고, 그랬으니 당연히 2절 가사를 모를 수밖에 없었다.


“저 건너 순이네는 불을 못 켜서
밤이면 바느질도 못한다더라
얘들아 나오너라 달을 따다가
순이 엄마 방에다 달아 드리자”

 

 

                             쉘 실버스타의 달 따는 그물

 

 

1절은 2절을 위한 배경이었다. 낭만적으로 재미 삼아 달을 따러 가자고 한 것이 아니었다. 장대 들고 망태를 멘다고 어찌 달을 따겠는가만, 달을 따러 가자고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밤이 되어도 불을 못 켜 바느질도 못하는 순이네를 위해서였다.


2절 가사를 대하는 순간 마음으로 환한 등불 하나가 켜지는 것 같았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따뜻한 기운이 울컥 마음속으로 퍼져갔다. 누군가의 어둠을 밝힐 달을 따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뒷동산에 올라도 좋겠다 싶었다.


둥실 밝은 달이 뜰 때면 달을 따러가자 말하고 싶다. 얼마든지 무동을 타라고, 내가 고개를 숙일 터이니 무동을 타라고, 혼자서 손이 닿지 않으면 또 한 사람 무동을 태우자고, 마침내 장대를 뻗어 달을 따선 망태에 담고 어서어서 순이네로 달려가자고, 순이 엄마 마음껏 바느질을 할 수 있도록 어둔 방 전구 달 듯 달을 달아드리자고.


이 땅 곳곳에 드리워진 어둠을 지울 수 있는 길은 거기에 있지 않을까? 모일 때마다 이 노래를 더운 마음으로 불러 노래하는 이 마음마다 달 하나씩 떠올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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