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92)
거기와 여기
참 멀리 갔구나 싶어도
거기 있고
참 멀리 왔구나 싶어도
여기 있다
시인 이대흠의 ‘천관’이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이다. 강으로 간 새들이 강을 물고 돌아오는 저물녘에 차를 마시며, 막 돋아난 개밥바라기를 보며 별의 뒤편 그늘을 생각하는 동안, 노을은 바위에 들고 바위는 노을을 새기고, 오랜만에 바위와 놀빛처럼 마주 앉은 그대와 나는 말이 없고, 먼 데 갔다 온 새들이 어둠에 덧칠될 때, 시인은 문득 거기와 여기를 생각한다.
멀리 갔구나 싶어도 거기 있고, 멀리 왔구나 싶어도 여기 있는, 그 무엇으로도 지워지거나 사라지지 않는 거리와 경계가 우리에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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