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1)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걸어서 가거나 헤엄쳐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다른 별의 고요를 다 데리고 와도 시끄러울 뿐인, 그대가 그대로 있는 것만이 사랑인, 꽃의 말과 새의 말과 사람의 말이 구분되지 않는, 사람도 사랑도 새도 나비도 죽음도 꽃이나 별떼도 하나로 흐르는, 좋다와 싫다가 동의어인, 문자가 없어 마음을 옮겨 적을 수가 없는, 수국의 꽃잎 하나 달기 위해 천년이 흐르는, 밝아서 당신이 보이는, 경상남도 하동군 북천면을 내비게이션으로 치면 찾아갈 수 있는 고유명사이자 시인의 마음에서 새롭게 빚어진 보통명사가 된 북천, 어쩌면 시인 자신일지도 모를 북천에서 온 사람을 두고 시인 이대흠은 이렇게 노래를 한다.
사진/한남숙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이마에서 북천의 맑은 물이 출렁거린다
그 무엇도 미워하는 법을 모르기에
당신은 사랑만 하고
아파하지 않는다
당신의 말은 향기로 시작되어
아주 작은 씨앗으로 사라진다
…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사랑을 할 줄만 알아서
무엇이든 다 주고
자신마저 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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