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08)

 

치명적인 오류

 

<기독교사상> 담당자가 보낸 메일을 받고는 당황스러웠다. 매달 ‘내가 친 밑줄’이라는 글을 연재하는데, 지난 3월호에 실었던 내용 중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글 중에 인용한 니체의 말이 실은 니체의 말이 아니라 니체에 대해서 글을 쓴 저자의 말이라는 지적이었다. 설마 그런 중요한 실수를 했을까 싶어 서둘러 <니체의 문체>라는 책을 찾아보았다. 이런! 그 지적은 맞았다.


‘드러난 것은 드러나지 않은 것보다 적다.’


‘목소리는 개별자의 것이지만 단어들은 모든 사람들의 것이다. 저자의 문체는 그가 사용하는 단어들을 통해서 그런 것처럼, 그가 피하는 단어들을 통해서도 형태를 갖춘다.’


니체의 말이라고 인용한 두 문장은 모두 니체의 말이 아니었다. <니체의 문체>를 쓴 책의 저자 하인츠 슐라퍼의 말이었다.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아찔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알 수 있는 지극히 단순한 일, 왜 그걸 실수했을까? 설교든 글이든 누군가의 글을 인용할 때면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찌 그런 우를 범했을까, 몹시 당황스러웠고 부끄러웠다.


잘못된 선입견 아니었을까 싶었다. 인상 깊게 남은 그 말을 어느 순간부터 니체의 말로 기억을 하고, 글을 쓰면서도 당연히 니체의 말로 생각하여 잘못 인용을 한 것이었다.


그런 생각은 내 안에 잘못된 선입견이 얼마나 많은 것일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목회의 길을 걸으며 때마다 나누는 말씀, 하나님의 말씀과 인간의 생각이 마구 뒤엉겨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음이 무겁고 불편했다.

 

지적이 맞다고, 그 단순한 사실을 혼동한 자신이 몹시 부끄럽다고, 지적을 해 준 분의 밝은 눈에 감사를 드린다고 서둘러 답장을 보냈다.


생각하니 답장 하나로 끝낼 일은 아닌 듯하다. 원고를 쓰기 시작한지가 벌써 2년, 어느새 내가 무뎌진 것인지도 모른다. 물러서는 시간을 앞당겨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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