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38)
견뎌야 하는 무게
창문 밖으로 건물 하나를 짓는 모습을 여러 달 바라보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다. 모든 재료와 모든 과정들이 모여 집 한 채가 세워지고 있는 모습을 본다.
토요일인 엊그제도 아침부터 작업이 한창이었다. 2층에서 3층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키가 장대인 크레인이 서서 온갖 재료들을 일하는 곳까지 올려준다. 저 모든 재료들을 사람이 등짐으로 옮기자면 하세월일 텐데, 지금은 기계가 척척 감당한다.
오늘 올리는 짐들의 대부분은 철근이다. 크레인은 키만 큰 것이 아니어서 힘도 세다. 철근 한 다발을 들어 올리면서도 힘든 기색이 전혀 없다. 도면을 든 이가 위로 올라온 철근이 놓일 자리를 지정해 주면, 다른 이들은 열심히 철근을 가지고 작업을 한다. 그야말로 일사불란(一絲不亂)하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지금 일하는 이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만들어온 구조물 위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은 구조물은 저 많은 철근과 일을 하고 있는 자신들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누군가 남이 만든 바탕 위에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바탕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은 것이 허술하다면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구라도 자신이 이룬 바탕 위에서 다음 일을 하는 것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그동안 어떤 바탕을 만들어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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