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76)
마리산 기도원
강화남지방 연합성회에 다녀왔다. 강화 길상면과 화도면에 소재한 28개 교회가 한 지방을 이루고 있었다. 강화남지방 연합성회는 오래된 전통이 있었는데, 집회를 마리산기도원에서 갖는 것이다.
‘마니산’으로 알고 있었는데 기도원 이름은 ‘마리산’, 무슨 차이가 있을까 궁금했다. 설명을 들으니 ‘마니산’(摩尼山)의 ‘니’가 ‘비구니 니’(尼), 그러니 본래의 뜻을 따라 ‘머리’를 뜻하는 ‘마리산’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내용이 기도원 앞에 있는 ‘마리산 성령운동 100주년 기념비’ 설명문에도 담겨 있었다.
“마리산(摩利山)은 마니산(摩尼山)의 본래의 바른 이름으로 강화군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해발 472.1m) 마리산은 ‘백두산’(白頭山)과 ‘한라산’(漢拏山)과 같이 ‘우두머리 산’이란 뜻으로 우리나라 ‘백두산’과 ‘한라산’의 중앙이 되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집회는 나흘간 모두 10번을 모였다. 새벽, 낮, 저녁 하루에 3번을 모이는 집회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 그런데도 강화남지방은 꿋꿋하게 전통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어가고 있는 것은 집회의 횟수만이 아니었다.
마리산 중턱에 있는 기도원, 저녁이면 몰라도 새벽과 낮에 누가 이곳까지 찾아올까 싶었지만 기우였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교우들이 산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진지하고도 즐겁게 말씀을 경청했다. 집회 기간 내내 이어진 지방 청년들의 찬양 인도도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아예 숙소를 정하고 찬양을 인도했는데, 집회 기간에도 청년들의 자리는 개별 의자가 아니라 맨 앞 자리 기도원 바닥이었다. 그런 청년들의 모습 또한 오랜만에 대하는 모습으로 미더웠다. 말씀을 전하면서도 자주 청년들에게 눈이 갔다.
강화남지방은 오래된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마리산은 1915년 당시 내리교회 권사였던 정윤화 사역자가 장봉도에 가서 집회를 인도하고 부흥회의 마지막 예배를 마리산 정상에 올라 드린 귀한 기억을 지니고 있다. 부흥회의 마지막 예배를 마리산 정상에서 드리고,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밤새 기도하다가 큰 은혜를 경험했던 것이다.
시간이 될 때마다 불철주야로 기도하던 성도들에게 마리산 정상은 잠시 쉴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이 사실을 알고 선원교회 신흥군 장로(의사)가 사재를 털어서 여러 성도들과 함께 산 아래에서 돌을 가져다가 기도처를 지었는데, 그것이 ‘거룩한 은혜를 사모한다’는 뜻의 ‘성모관’(聖慕舘)이었던 것이다.
매번 산 위로 올라오는 일이 번거롭지 않을까 했지만, 교우들의 모습 속에서 그런 마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소중한 믿음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은혜를 사모하여 산 위로 오르는 교우들, 말씀을 전하러 간 내게는 그런 모습 자체가 큰 은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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