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더운 이발사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77)

 

미더운 이발사

 

강화에서 집회를 인도하는 동안, 그중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이는 이희섭 목사였다. 감신 후배로 그가 오래 전 원주청년관에서 사역할 때 독서모임을 함께 한 적이 있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 그는 강화남지방 선교부 총무를 맡고 있었다.


연합성회는 선교부가 주관하는 행사여서 그는 여러 가지로 많은 수고를 하고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강사를 픽업하는 일이었다. 숙소와 집회가 열리는 기도원과는 차로 20여 분 거리, 그는 때마다 나를 태우고 숙소와 기도원을 오갔다. 오는 길에 따뜻한 커피를 준비하는 자상함도 보여주었다.


덕분에 우리는 차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이 목사와 이야기를 나누며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 그는 미용봉사를 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주변에 있는 요양시설을 찾아가 그곳에 계신 어르신들께 봉사를 하는 것이었다.

 

 


 

라오스에 선교를 다녀오며 자신도 뭔가 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미용기술을 배웠다고 했다. 미용 가위는 칼보다도 날카로워 손에 상처를 입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전문가에게 서너 달을 배워 봉사를 하는데도 막상 깎고 나면 전문가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머리를 깎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일까? 사람마다 두상이 다르고 원하는 스타일도 다를 것, 한 가지 기술이나 한 가지 스타일만으로 될 일은 아닐 것이었다. 목회일정도 만만하지 않을 텐데 일주일에 한 번씩 시간을 내어 봉사를 한다니, 마음이 훈훈해지는 이야기였다.

 

미용봉사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뭉클하게 다가온 이야기가 있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한 말이었는데, 자신은 누군가의 머리를 깎아주는 시간을 그를 위해 ‘안수’를 하는 시간으로 생각을 한다고 했다. 머리를 깎는다는 것은 한 자리에 앉아 꼼짝없이 머리를 맡기는 시간, 머리를 깎으려면 수없이 머리를 만져야 하는데 그런 시간을 안수로 생각하니 그렇게 마음이 편하고 좋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머리를 깎는 시간을 단지 머리만 깎는 시간이 아니라 그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으로 삼는 것이었다.

 

그의 말은 아름다움을 넘어 거룩함으로 다가왔고, 듬직한 체구의 이 목사가 더욱 미덥게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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