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78)
소나무에 핀 꽃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하는 시간, 책상에 앉아 다음날 새벽예배 설교를 준비하다 잠시 창밖을 내다보던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저녁 무렵 예배당 초입에 선 소나무를 손질하는 권사님께 시원한 물을 전해드리고 왔는데, 권사님의 작업은 그 때까지도 끝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권사님은 아예 나무 위로 올라가서 전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따로 돕는 이가 없어 혼자서 작업을 하는데도 나무 위로 올라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중심을 잡는 것인지 소나무의 정중앙 꼭대기 부근에 자리를 잡고 가지를 치고 있었다.
올해 권사님의 나이 일흔셋, 그런데도 소나무 꼭대기에 올라 앉아 가지를 치고 있는 권사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소나무가 꽃을 피운 것처럼 보였다. 소나무 꼭대기에 자리 잡은 권사님의 모습이 소나무의 꽃처럼 보였다. 어쩌면 권사님이 한평생 품었던 믿음이 그렇게 꽃으로 피어나는 것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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