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83)
안락과 안락사
창문 저 밖
남의 가정은 다 안락해 보이고
창문 저 안
나의 가정은 다 안락사로 보이듯
공 서너 개가 두 손 사이에서 춤을 추는 서커스 단원처럼, 언어를 다루는 시인의 솜씨가 빼어나다. ‘창문 저 밖’과 ‘창문 저 안’이 ‘안락’과 ‘안락사’로 어울리고 있으니 말이다.
말장난이다 싶으면서도 마냥 가볍지만 않은 것은 그 속에 우리의 삶과 심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다들 잘 사는데 나만, 우리만 왜 이 모양일까 싶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다들 행복한데 나만 불행하다고 느끼게 되는 기막힌 순간 말이다.
‘창문 저 밖’과 ‘창문 저 안’은 다르다. ‘안락’과 ‘안락사’처럼 다르다. 그 괴리감은 우리의 마음을 창처럼 깊이 찌른다. 더는 창문 저 밖을 내다보지 않으려 검은 커튼을 치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어두워지는 것은 내 마음이다.
뭐라 설명하기 힘든 순간을 만날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말이 있다. 내게는 노래 제목보다는 루터가 성경을 번역한 바르트부르크 성 아래 바흐의 생가를 찾을 때마다 마주했던 찻집 이름으로 남아 있는 ‘C'est la vie’(세라비)가 그것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그 말을 창문 저 밖을 향해서도, 창문 저 안을 향해서도 할 수 있을 때, 안락과 안락사의 경계는 슬그머니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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