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아진 눈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85)

 

밝아진 눈

 

사고라고 했다. 주물공장에서 일하다가 입은 사고라 했다. 사고를 직감하고 현장으로 달려갈 때 하필이면 뜨거운 주물이 눈으로 튀었다는 것이다. 한창 젊은 나이에, 한순간에 시력을 잃는다는 것은 얼마나 큰 고통이자 상실감일까. 단지 두 눈의 시력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을 한순간에 빼앗기는, 자칫 영혼의 시력까지 빼앗아가는 난폭하고 거친 상실이었을 것이다.
 
연합성회를 앞두고 후배 목사는 그 교우에게 참석을 권하며 강사에 대해 한 마디를 덧붙였다고 한다. 시를 쓰는 목사라고. 자신의 인생에 느닷없이 찾아온 절망을 문학적인 관심으로 이겨내려는 그에게는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것이다.

 

 

 

 


그 말이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 집회에 별 관심이 없었던 그가 참석을 했다. 진한 선글라스를 끼고, 손에 지팡이를 잡고, 아내지 싶은 분의 어깨에 손을 얹은 그는 예배 시간마다 언덕을 오르고는 했다. 새벽 낮 저녁으로 이어지는 총 10번의 집회 중 그가 보이지 않았던 시간은 따로 없었지 싶다. 맨 앞쪽에 앉아 한결같이 말씀에 귀를 기울였고, 이따금 던지는 질문의 핵심을 그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사랑해’의 반대말을 물었을 때 ‘사랑했어’라 대답을 한 이도 바로 그였다.

 

집회를 모두 마친 시간, 마당은 예배당에서 나오는 교우들과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는 차량으로 번잡했다. 하지만 나는 한 눈에 그를 알아보고 그에게 찾아가 인사를 건넸다. 그도 반가운 마음으로 손을 내밀었다.


“담임 목사님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집회 기간 성도님을 보면서 ‘지음’(知音)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마음이 통하는 벗이라는 뜻이지요.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그러자 그가 대답을 했다.


“말씀을 들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참 밝아졌습니다. 다음에 꼭 다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그는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인사는 마음에 남았다. 맞다, 세상을 바라보는 진정한 눈은 마음의 눈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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