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82)

 

천천히 켜기 천천히 끄기

 

정릉교회에서 새벽예배를 드리는 곳은 ‘중예배실’이다. 정릉교회에서 가장 큰, 그래서 주일낮예배를 드리는 곳은 ‘대예배실’이다. ‘중예배실’과 ‘대예배실’이라는 말은 상상력의 부족으로 다가온다. 적절한 이름을 생각 중이다.

 

새벽예배를 드리기 전, 일찍부터 기도하러 온 교우들을 위하여 제단의 불만 밝히고 회중석의 불은 밝히지 않는다. 조용히 기도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이다. 당연히 예배를 시작하는 일은 불을 밝히는 일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불을 켜는 모습을 보면 대개가 와락 켠다. 스위치는 모두 6개, 그런데 조작에 익숙한 듯이 한꺼번에 불을 켜곤 한다. 그렇게 한꺼번에 켜면 기도를 하느라 눈을 감고 있다가도 눈이 부시고, 그 짧은 순간 눈을 찡그리게 된다.

 

 

 

 

오늘 새벽에도 그랬다. 한꺼번에 불을 켰고, 짧은 순간 눈이 부셨고, 눈을 찡그리는 일로 예배는 시작이 되었다. 곰곰 생각해 보면 한꺼번에 켜지는 불과 스위치를 한 번에 켜는 소리 속엔 조심스러움이 없다. 예배를 드리는 자에게 마땅히 필요한 조심스러운 마음이 느껴지질 않는다. 뚝딱 해치우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전등 스위치에 번호를 붙인다. 그리고는 켤 때의 순서와 끌 때의 순서를 정해 스위치 옆에 붙인다. 누가 전등을 켜고 끄든 적힌 번호를 따라 켜고 끄도록 한다. 켤 때는 제단 쪽에서 뒤쪽으로, 끌 때는 뒤쪽부터 제단 쪽으로 끈다.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 점등이든 소등이든 하나의 전등에서 다음 전등 사이에는 침묵과 같은 3초 내지 5초간의 시차를 둔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목양실로 올라와 메모를 한다. 아침 교직원 예배에 알릴 내용이다. 내일부턴 그렇게 등을 켜고 끄기로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예배의 일부 아닐까? 아니, 그런 것이 예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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