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방석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89)

 

귀한 방석 

 

권사님 집을 찾아가는 골목길은 차 하나가 지나가기에도 좁아보였다. 도중에 차끼리 만나면 누군가는 진땀을 흘리며 후진을 해야 할 듯했다.


운전을 한 전도사님이 차를 세우는 동안 한쪽에 서서 기다리는데, “어서 오세요” 하며 다가오시는 분이 있다. 마중을 나온 권사님이었다.


“제가 사는 집은 이래요.”


권사님은 그렇게 인사를 하며 집으로 들어섰지만, 권사님 성품을 닮아서인지 집안은 깨끗했고 단정했다.


미리 준비해 놓으신 상 주변으로 앉았다. 상 주변으로 방석까지를 가지런히 깔아 두셨다. 예배를 드리기 전 마주앉으신 권사님을 바라보며 가만 웃었던 것은 권사님이 나를 보며 빙긋 웃으셨기 때문이었다. 그런 나를 보며 권사님이 한 마디를 하신다.


“목사님이 앉으신 방석은 지금까지 목사님이 오실 때만 쓰던 방석이에요.”

 

 

 


 

 

권사님 말씀을 듣고 다시 보니 내가 앉은 방석은 예쁘게 수를 놓은 방석이었다. 방석덮개는 칼칼하게 풀을 먹여 다린 상태였다. 권사님이 시집오실 때 손수 만든 방석이라고 했다. 권사님은 그 방석을 따로 보관을 했다가 목사가 심방을 오면 그제야 꺼내 놓으셨다는 것이었다. 나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으셨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동안 이 방석엔 몇 명의 목회자가 앉았을까, 몇 번이나 앉았을까, 나는 몇 번이나 이 방석에 앉을 수 있을까, 할머니의 기다림과 방석의 쓰임은 얼마나 어긋나지 않았을까, 혼자 사시는 할머니 권사님의 구별된 기다림에 나는 얼마나 대답할 수가 있을까, 예배를 드리는 동안에도 마음으로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지나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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