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0)
토마토 한 조각
언젠가부터 교우 가정을 찾아가 예배를 드리는 심방을 할 때면 몇 가지 지키는 원칙이 있다. 감사헌금을 할 이는 교회에 하도록 권한다. 심방을 감사하여 헌금을 드리는 것은 좋으나, 심방을 받는 상에 올려놓는 모습이 썩 흔쾌하게 여겨지질 않거니와, 혹 헌금을 드릴 수 없는 형편에 있는 이들에게는 얼마나 마음이 힘든 일일까 싶기 때문이다. 헌금을 드릴 마음이 있는 이들은 교회 예배시간에 드릴 것을 권한다.
또 하나, 최소 인원으로 찾아간다. 마음속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기 위해서이다. 어렵게 나눈 기도제목이 금방 소문으로 번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 어렵게 마음속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게 소문으로 번지면 어느 누가 마음이 편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지키는 원칙 중에는 음식의 간소화도 있다. 냉수 한 잔도 좋거니와 차릴 거라면 최소한의 것으로 차리시라 권한다. 대부분의 교우들은 간단한 음료나 다과, 약간의 과일 등을 준비한다.
심방 중 혼자 사시는 권사님 댁을 찾았을 때였다. 예배를 드린 후 권사님이 조심스럽게 물으신다.
“식혜를 좋아하세요?”
아주 좋아한다고 말씀을 드리자 권사님은 손수 만든 식혜를 가지고 왔다. 무더운 날씨에 시원하게 마시라고 냉장고에 얼렸다가 알맞게 녹인 식혜였다. 얼마나 많은 정성과 생각이 담긴 식혜인가, 달게 마시자 권사님이 한 잔을 더 권하신다.
식혜를 모두 마셨을 때 권사님이 한 가지 더 가지고 온 것이 있었다. 토마토였다. 토마토 한 개를 내놓는 권사님의 표정에 즐거움이 넘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집 앞 화분에 토마토를 심었고 토마토 알이 올망졸망 달렸는데, 권사님 마음이 조급했던 것은 심방 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서 익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날짜를 못 맞추겠다 싶었던 것이다. 혹시나 싶어 심방을 받던 날 아침 일찍 나가보았더니 마침 한 개가 붉은 빛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반갑고 고맙던지, 권사님은 내놓으신 토마토는 토마토가 매단 첫 열매였던 것이다.
토마토를 네 조각으로 나누어 한 조각씩을 먹었다. 풋풋한 맛이 배인, 풋풋한 믿음이 배인 참으로 귀한 토마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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