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1)
풀벌레 한 마리
이틀 전이었다. 새벽에 깨어 예배당을 찾기 위해 준비를 하는데, 욕실 작은 창문을 통해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전날까지도 듣지 못하던 소리였다. 가느다랗고 낮지만 맑은 소리, 아마도 한 마리가 울지 싶었다. 벌써 풀벌레가 우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절기를 헤아려보니 ‘대서’, ‘입추’가 아주 멀지 않은 시점이었다.
풀벌레 소리는 어제도 오늘도 이어졌다. 오늘은 빗소리 속에서도 풀벌레 소리가 여전했다. 맞다, 꽃 한 송이 핀다고 봄 아니듯이 풀벌레 한 마리 운다고 가을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변화는 그렇게 시작이 된다. 누군가가 꽃 한 송이 피움으로, 누군가가 노래를 부름으로 계절이 바뀌고, 풍경이 바뀌고, 세상이 바뀐다. 어디선가 피워내는 꽃은 눈에 띄지 않는 향기로 누군가의 가슴을 흔들어 설레게 하고, 어디선가 부르는 노래는 누군가의 가슴에 더 사랑해야지 하는 선한 다짐이나 더 사랑하지 못해 아파하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위로의 손길로 다가가 마음을 움직인다.
꽃 한 송이 피어 봄 오는 것 아니고 풀벌레 한 마리 울어 가을 오는 것 아니지만, 피어나는 한 송이 꽃과 한 마리 벌레의 노래를 무시하면 안 된다. 의미 있는 변화는 누군가의 깨어있는 예감으로부터 시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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