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긱(214)
지친 소 한 마리 끌고 올 때에도
책장 앞 시집이 꽂힌 곳에 섰다가 그 중 한 권을 빼들었다. 이정록 시인의 <어머니 학교>다. 언제 읽었던 것일까, 시집 첫 장에는 이런 저런 메모들이 빼곡하다. ‘어머니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 ‘우리말의 맛’ ‘해학’ ‘어머니와의 합일’ 등의 내용들인데, 맨 꼭대기에는 이렇게 적혔다. ‘많이 웃었고, 많이 울었던!’
가볍게 페이지를 넘기며 밑줄 친 곳을 읽다가 ‘그늘 선물’에 닿았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마라’로 시작하는 시인데, 밑줄이 쳐진 부분은 시의 맨 끝부분이다.
땀 찬 소 끌고 집으로 돌아올 때
따가운 햇살 쪽에 서는 것만은 잊지 마라
소 등짝에 니 그림자를 척하니 얹혀놓으면
하느님 보시기에도 얼마나 장하겄냐?
지친 소 한 마리 끌고 올 때에도 하느님 좋아하실 자리가 따로 있는 것이었다. 하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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