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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꽃에게는 거절할 손이 없다

by 한종호 2019. 8. 31.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73)

 

꽃에게는 거절할 손이 없다

 

예배당 입구 담장을 끼고 있는 공터에 키 큰 해바라기가 서 있다. 코스모스와 잡초가 자라는 공터에서 가장 키가 큰 해바라기가 담장 너머 세상을 구경하듯, 예배당을 찾는 사람들을 바라보듯 삐쭉 서 있다.


언제부턴가 나팔꽃이 해바라기를 타고 자라 올랐다. 돌돌 해바라기를 휘감으며 조금씩 자라 오르더니 마침내 해바라기 꼭대기에 이르렀다.

 

 

 

 


꽃에게는 손이 없다. 거절할 손이 없다. 사나운 비가 오거나 거센 바람이 불어도, 나비가 찾아오든 벌이 찾아오든 꽃은 한결같은 표정이다. 모두를 받아들일 뿐이다. 


해바라기도 마찬가지여서 자신의 몸을 휘감고 오르는 나팔꽃을 거절하지 않았다. 나라면 뱅뱅 어지러웠지 싶고 숨이 막혔을 것 같은데, 해바라기는 싫다는 표정 없이 나팔꽃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었다.


해바라기와 나팔꽃은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 밤새 내리는 이슬을 함께 맞으며 어찌 나눌 이야기가 없었겠는가.


마침내 해바라기를 타고 오른 나팔꽃은 자주색 꽃을 피우고, 나팔꽃을 몸에 두른 해바라기는 노란색 꽃을 피웠다. 해바라기와 나팔꽃이, 노란색과 자주색이 어울린다. 꽃에게는 거절할 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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