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76)
전투와 전쟁
오래 전에 읽은 책 가운데 <행복을 꿈꾸는 수도원>이란 책이 있다. 종종 생각나는 대목들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전투와 전쟁에 관한 내용이다.
수도자 두 명이 그들의 사부와 함께 앉아 수도원 생활에 대해 의논한 적이 있었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한 수도자는 늘 장황하게 지껄이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기를 좋아했다. 그에 비해 또 다른 수도자는 그저 더없이 어질기만 한 성품을 갖고 있었다.
그 날도 공부를 많이 한 수도자는 특유의 논리와 논법을 기술적으로 사용하여, 형제를 꼼짝달싹 못하게 옭아 묶으며 공박했다. 그러나 수도원 전통은 토론에서 이겨 만족해하는 것을 결코 승리라고 보지 않으며, 그런 사람을 수재라고 보지도 않는다.
토론이 계속되는 동안 침묵을 지키며 주의 깊게 듣고 있던 사부가 마침내 토론에서 이겨 의기양양해하는 그 승리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형제여, 그대는 전투에서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졌네. 토론에서 이기려고 좋은 말을 많이 늘어놓았지만, 그대의 독선 때문에 형제를 잃지 않도록 기도하시게.”
전투에서는 이기고 전쟁에서는 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전쟁에서 지는 줄도 모르고 전투에서 이기려고 기를 쓰는 일이 얼마나 흔한가. 형제를 잃는 줄도 모르고 이기는 데만 정신이 팔릴 때가 얼마나 빈번한가. 우리가 눈을 크게 그리고 밝게 뜨고 지켜봐야 할 것은 작은 전투가 아니라 큰 전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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