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92)
말 안 하기
며칠 전 ‘더욱 어려운 일’이란 제목으로 짧은 글을 쓴 적이 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다면, 제 입이 모르게 하는 것 아닐까 싶었다. 세상이 놀랄 만한 좋은 일을 남모르게 하는 일도 어렵지만, 그 일을 하고서 입을 다문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그 글을 읽고 누군가가 댓글을 달았다. “제 입이 모르게 하는 일이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이었다. 질문을 대하는 순간 오래 전에 읽었던 글 하나가 떠올랐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 명의 수도자가 기도를 드리기 위해 동굴로 들어가며 한 가지 서약을 했다. 일 년 동안 기도를 드리되 기도를 마치는 날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동굴에 들어간 지 석 달쯤 되었을 때였다. 말 한 마리가 동굴 앞을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러자 한 수도자가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방금 말 한 마리가 지나갔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났을 때 두 번째 수도자가 입을 열었다.
“그 말은 흰말이었습니다.”
결국 두 수도자는 서약을 어긴 셈이 되었다. 다행히 세 번째 수도자는 일 년이 다 될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세 번째 수도자도 한 마디를 하고 말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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