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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두 손을 비운다면

by 한종호 2019. 9. 16.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91)

 

두 손을 비운다면

 

해마다 추석 명절이 되면 식구들이 인우재에서 모인다. 길이 밀리기 일쑤고, 아궁이에 불을 때야 하고, 씻을 곳도 마땅치 않고, 화장실도 재래식,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불편을 불편으로 여기지 않는 것은 돌아가신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동생이 단강에 누우셨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도리인 셈이다.

 

 

 

 

 

 

늦은 저녁을 먹고 어둠 속에서 뒷정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캄캄한 뒤뜰에 파란 불빛이 날았다. 개똥벌레, 반딧불이였다. 한 마리가 아니었다. 언제 봐도 신기하고 신비롭다. 세상에 저런 춤이 다 있구나, 웃으며 바라보다가 가만 다가갔다. 춤사위 앞에 두 손을 펴니 피하려는 기색도 없이 손 안으로 든다. 순간 나는 별을 두 손에 담은 소년이 된다.


“어머, 신기해라!”
“어디서 빛이 나지?”
“생각보다 크네.”


식구들이 한 마디씩 한다. 마당 끝으로 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려 반딧불이를 하늘로 날리자 다시 빛의 춤을 추며 어둠 속으로 날아간다. 함께 했던 짧은 시간에 대한 소감일까, 모스 부호 같은 불빛은 무슨 의미일지.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욕심을 버려 두 손을 비운다면 보잘 것 없는 우리네도 별을 품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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