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5)
어떤 소명
과녁이 아닌데도, 우리 가슴엔 수많은 화살들이 박혀 있다. 누군가의 말, 원치 않았던 사람, 피할 수 없었던 일, 때로는 피를 철철 흘리기도 했고, 겨우 아물던 상처가 덧나기도 했다. 상처투성이의 모습은 과녁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돌아보면 화살이 어디 내 가슴에만 박힌 것일까? 함부로 쏘아댄 화살이 내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미숙함으로 성급함으로 쏜 내 화살에 맞은 가슴이 왜 없을까? 나로 인해 잠을 못 이루며 괴로워하는 이가 왜 없을까?
서로의 화살을 뽑아줄 일이다. 떨리는 손으로 깊이 박힌 화살을 뽑아내고, 눈물 젖은 손으로 약을 바를 일이다. 돌에 퍼렇게 이끼가 낀 신학교 교문만이 아니다. 녹이 슨 봉쇄 수도원의 철문만이 아니다. 우리가 이 세상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소명 앞에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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