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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개똥과 시(詩)

by 한종호 2019. 10. 25.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96)

 

 

개똥과 시(詩)

 

정릉교회 예배당 마당 앞에는 작은 정원이 있다. 나무와 꽃이 있고, 파고라 아래 벤치도 있어 휴식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벤치 중에는 맞은편으로 북한산이 마주 보이는 곳도 있으니, 잠시 쉬어가기에는 적절한 자리가 된다.


올해에는 조경위원회를 맡은 권사님이 정성으로 꽃과 나무를 가꿔 전에 못 보던 귀한 꽃과 나무를 보는 즐거움이 더해졌다. 파고라 위로 자라는 포도나무와 등나무가 자리를 잡으면 멋진 그늘이 드리워질 것이다.

 

 

 

 

 

그런데 정원을 가꾸다 보니 생각하지 못한 문제도 만나게 된다. 권사님이 심은 좋은 꽃들이 누군가의 손을 타서 없어지는 일들이 일어난다. 예배당 마당에 심은 꽃을 캐가다니, 꽃을 사랑해서 그런다고 하기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애완견 문제다. 애완견이 예배당 마당에 오는 것이 무엇 문제가 되겠는가만, 누군가 애완견을 데리고 예배당 마당으로 산책을 나왔다가 똥을 그대로 내버려 두고 가는 일들이 있다. 예배당 정원에 싼 똥은 그대로 두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따로 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을 해서인지 치우지 않고 그냥 갈 때가 있다. 좋은 마음으로 정원으로 들어서다가 똥을 밟은 이들은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일들을 막기 위해 형식적으로 CCTV를 달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설마 교회에서 날 어쩌려고, 그런 마음이었는지 모르겠다. “개똥을 치워주세요”라는 직설적인 표현 대신 “하나님을 예배하는 예배당에 어울리는 마음은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입니다.”라는 글을 써서 붙여 놓았지만, 개똥은 여전했다.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하기로 했다. 시를 붙여두기로 했다. 작은 액자 속에 시를 써서 파고라 기둥에 하나씩 붙여 두었다. CCTV도 소용없고,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에 호소해도 소용이 없었던 터에 시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번에는 시로 말을 걸어보기로 한다. 부디 시가 개똥을 이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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