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93)
왜 빈자리를 보니?
영월동부교회에서의 집회는 새벽, 낮, 저녁, 하루 세 번 열렸다. 시절이 바뀌어 요즘은 하루 세 번 모이는 집회가 드물어졌지만 기꺼이 동의를 했다. 다음 주 정릉에서 열리는 말씀축제에서도 열 번 말씀을 듣기로 했다. 시편의 바다를 헤엄치는 데는 열 번도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루에 세 번을 모이니 강사도 강사지만 교우들로서도 모이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창 가을걷이의 계절이기도 하고, 낮에 일하는 이들도 적지 않고, 이런저런 개인의 일들이 왜 없겠는가?
낮 집회가 특히 그랬다. 때마침 지방연합성회와 기간이 겹쳐 더욱 그렇지 싶었다. 빈자리가 마음에 걸렸던지, 사회를 보던 선배 목사님이 몹시 아쉬워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문득 떠오른 기억이 있었다. 오래 전 단강에서 목회를 할 때의 일이었다.
가문 날이 이어지다가 기다리던 비가 온 주일이었다. 많은 교우들이 예배당 대신 밭을 찾았다. 덕분에 주일 예배를 드리는 예배당엔 빈자리가 많았다. 목회자에게 빈자리는 커다란 웅덩이처럼 다가온다. 눈길이 빠지고 마음이 빠진다. 빈자릴 보며 허전한 마음으로 설교를 시작할 때였다. 마음속에 들려오는 음성이 있었다.
‘얘야, 너는 왜 빈자리를 보니? 나는 바쁜 중에도 예배드리러 나온 내 백성들을 보는데.’
필시 그것은 주님의 음성이었으리라. 그 때 들었던 음성 이야기를 했고, 더 이상은 빈자리에 마음 쓰지 않기로 했다. 덕분에 더욱 가난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은총을 누릴 수 있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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