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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줄탁동시(啐啄同時)와 곤달걀

by 한종호 2019. 10. 30.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01)

 

줄탁동시(啐啄同時)와 곤달걀

 

‘줄탁동시’라는 말은 줄(啐)과 탁(啄)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알 속에서 자란 병아리가 때가 되면 알 밖으로 나오기 위해 부리로 껍데기 안쪽을 쪼는데 이를 ‘줄’(啐)이라 하며, 어미 닭이 병아리 소리를 듣고 밖에서 알을 쪼아 새끼가 알을 깨는 행위를 도와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한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동시에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가장 이상적인 사제지간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곤달걀’이 있다. 계란이 병아리로 부화되기 전에 알속에서 곯아버린 것을 말한다. 병아리 모양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결국은 알속에서 죽어 버린 계란을 말한다. 가난한 유년시절, 징그럽다는 생각도 없이 곤달걀에 남아 있는 얼마 되지도 않는 살을 맛있게 발라먹던 기억이 내게도 있다. 

 

오경웅의 <시편사색>을 옮기고 해설한 송대선 목사를 청하여 말씀을 듣는 ‘말씀축제’의 시간, 절반쯤을 지날 무렵 광고 시간을 통해 교우들에게 줄탁동시와 곤달걀 이야기를 했다. 주님께서 강사를 통해 열심히 우리의 마음을 두드리시니 우리가 응답을 하자고, 듣기만 하고 응답하지 못하면 우리 믿음은 곤달걀과 다를 것이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곤달걀을 설명하며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하면 곤달걀을 몰랐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으면서도, 지금 우리의 신앙이 곤달걀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은 어찌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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