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09)
목사님들은 뭐하고 있었어요?
지난 여름 끝자락에 있었던 일이니, 벌써 제법 시간이 지난 일이다. 꽃무릇이 지기 전에 사진을 찍자며 지인이 안내한 곳이 길상사였다. 언젠가는 찾아가 봐야지 마음에만 두었던 길상사를 그렇게 찾게 되었다.
길상사의 꽃무릇은 벌써 시들어 있었다. 사진으로 찍을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꽃무릇 대신 잠시 길상사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 한복판 북한산 자락에 그처럼 호젓하고 넉넉한 공간이 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넓고 그윽했고 아름다웠다.
(출처: 한겨레 휴심정)
동행한 또 다른 지인에게 아는 척을 했다. 김영한과 백석에 얽힌 이야기, 김영한과 법정 스님에 얽힌 이야기, 특히 김영한이 법정 스님에게 요정 대원각을 시주할 때의 이야기를 했다. 당시 대원각의 가치는 1000억 원이 넘었다고 한다. 그 엄청난 것을 시주하는 것을 두고 아깝지 않느냐고 기자가 물었을 때, 김영한은 이렇게 대답을 했다고 한다.
“내 모든 재산이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해.”
세월에 지워지지 않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진정한 사랑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표정으로 보니 이야기를 듣는 지인은 이미 그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담담하게 듣더니 툭 한 마디를 했다.
“목사님들은 뭐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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