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16)
개 같은 세상
심방 중에 들은 이야기이다.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반려동물 이야기가 나왔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어느 샌지 지나칠 정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뤘다. 압권은 직장 상사를 성토하는 이야기였다. 직장 상사를 성토하는 자리에서 단연 1등을 한 내용이 있단다. 그것도 반려동물과 관련이 있었다. “직장 상사 애완견 장례식장에 다녀온 적 있어? 가보니까 영정 사진에 강아지 사진이 떡하니 올라가 있는데, 울 수도 없고 웃을 수도 없어 난감하더라.” 그렇게 시작하는 내용이었다는데, 그 말 앞에 어느 누구도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동석한 교우 중에는 공무원인 교우가 있었다. 그가 뜻밖의 규정을 들려주었다. 애완동물이 죽으면 처리하는 규정이 있다는 것이었다. 동물이 죽었으니 죽은 동물을 처리하는 규정이 있어야겠지, 마음으로는 동의를 했지만 그런 규정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기에 낯설게 들렸다.
반려동물 화장장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그 방식이 유일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화장과 함께 두 가지가 모두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화장 외의 또 한 가지 방법은 전혀 뜻밖이었다.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리는 거예요.”
반려동물이 죽으면 사체를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면 된다는 것이었다. 아니, 그렇게 하는 것이 규정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다른 쓰레기와 함께 소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반려동물의 사체 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관심도 아는 것도 없었지만,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이 규정을 지키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황당하게 들렸다.
교우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씁쓸하기도 했던 것은 개들마저도 삶과 죽음이 하늘과 땅 차이가 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개는 사람 이상의 호사를 누리며 살다가 죽으면 호화 장례를 치르는가 하면, 어떤 개는 그야말로 개처럼 살다가 개처럼 죽어 쓰레기 봉투에 담겨 버려지니 말이다. 종량제 봉투에 담기는 개가 그러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개 같은 세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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