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라면이 일으키는 사랑의 파장

by 한종호 2019. 11. 20.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17)

 

라면이 일으키는 사랑의 파장

 

선배 목사님이 시무하는 교회를 방문하여 대화를 마치고 막 헤어지려 할 때, 선배는 우리를 예배당으로 안내했다. 추수감사절을 지낸 제단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제단의 불을 켜자 제단에 쌓여 있는 라면이 보였다. 제단으로 오르는 계단을 따라 상표와 크기가 다른 라면 박스들이 나란히 쌓여 있었는데, 그 양이 상당했다. 유심히 보니 회사는 달랐지만 모두가 컵라면이었다.


추수감사주일이 되면 대부분의 교회가 과일을 드리는 것에 비해 선배가 목회하는 교회에서는 몇 년 전부터 라면을 드리고 있다. 노숙자 사역을 하는 목사님에게 라면을 전달하고 있는 것인데, 처음에는 낯설어 하던 교우들도 이제는 뿌듯한 마음으로 참여를 한다고 했다. 마침 감사절인 전날 비가 와서 라면을 바로 트럭에 싣지 못하고 하루 일정을 연기한 것이었고, 덕분에 우리는 라면이 제단에 쌓여 있는 드문 모습을 볼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선배가 들려준 라면 이야기 중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었다. 노숙자들에게 라면 한 박스씩을 나누어주면 라면을 받은 그들이 찾아가는 곳이 있다고 한다. 독거노인들이다. 쪽방촌 좁다란 방에 누워있는 독거노인들을 찾아가서는 자신이 받은 라면을 전한다는 것이다. 그냥 전하는 것이 아니었다. 방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 햇볕도 쬐고 운동도 하고 그러라고, 학교 선생님이 학생에게 훈시를 하듯 씩씩한 목소리로 마음을 전한다는 것이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나누어 줄 수 있다는 기쁨을 그렇게 누린다는 것이었다.

 

그런 마음을 담아내는 감사절이라면, 그런 마음을 나누는 추수감사절이라면 얼마든지 이웃에게 따뜻한 온기 나눌 수 있겠다 싶었다. 라면이 일으키는 사랑의 파장이 아름다웠다.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지 못한 지게  (4) 2019.11.22
할망구  (4) 2019.11.20
개 같은 세상  (2) 2019.11.18
이슬 묵상  (2) 2019.11.17
그래야 방 한 칸  (2) 2019.11.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