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31)
어리석은 생각
베다니 시몬의 집에서 옥합을 깨뜨려 향유를 예수님께 부은 일을 두고 예수님은 ‘좋은 일’이라고 한다. 노동자 1년 치 품삯에 해당할 만큼 값비싼 향유, 제자들의 불만처럼 그 향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가난한 자들을 지극한 사랑으로 품었던 예수님의 삶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여인을 책망하는 제자들의 입장에 동조를 하실 것 같은데, 그 일을 ‘좋은 일’이라 하시는 주님의 말씀은 뜻밖이다. 주님의 말씀은 이어진다.
“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으니 아무 때라도 원하는 대로 도울 수 있거니와, 나는 너희와 항상 함께 있지 아니하리라. 그는 힘을 다하여 내 몸에 향유를 부어 내 장례를 미리 준비하였느니라.”
주님은 언제라도 할 수 있는 일과 아무 때나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신다. 가난한 자들을 돕는 일은 어느 때나 마음을 먹으면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님을 위한 일은 아무 때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주어진 때가 있어, 그 때를 놓치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언제든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주님의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지금의 시간을 뒤로 미루는 것은, 그런 점에서 어리석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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