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23)/시밥 한 그릇
발길에 폴폴 날리우는 풀섶에 이는 잔바람에도 낮고 낮은 곳으로 작고 둥근 머리를 누이며
땅 속으로 가만히 귀를 대고 발아래 피어날 푸르른 풀잎 (2019.1.9. 詩作)
풀씨 한 알
작고 여린 풀씨 한 알
홀로 좋아서 춤을 추는
하늘 더불어 춤을 추는
작고 여린 풀씨 한 알
내려갈 줄만 알아
그 어디든 발길 닿는 곳
제 살아갈 한 평생 집인 줄을 알아
평온히 눈을 감는다
사색의 뿌리를 내리며
보이지 않는 들리지 않는
작은 생명들의 소리 들으려
가난한 마음이 더듬으며
사람들 무심히 오가는 발길 아래로
고요히 기도의 뿌리를 내린다
그 맑고 푸르른 노랫 소리 들으려
겨울밤 홀로 깊어지는
풀씨 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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