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6)
왜 빈자리를
“우리는 작은 교회인데 목사님께 말씀을 청해도 될까요?”
한 목사님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는 무조건 가겠다고 했고, 그래서 날짜를 정해 말씀을 나누러 영월을 다녀왔다. 예배당이 인상적일 만큼 예뻤다. 외진 시골마을에 아름답게 자리 잡은 예배당은 왠지 모를 위로로 다가왔다.
예배를 드리는 첫 시간, 목사님이 염려한 대로 모인 인원은 적었다. 그 점이 자꾸 마음에 걸렸는지, 찬양을 인도하면서도 강사를 소개하면서도 목사님은 아쉬움과 송구함을 거듭 표했다. 말씀을 나누는 시간, 이제 더 이상 그런 이야기는 하지도 말고, 생각도 하지 말자며 오래 된 경험 하나를 이야기했다.
단강에서 목회를 할 때였다. 긴 가뭄 끝에 비가 왔다. 하필 비가 온 때가 주일 새벽이었다. 가뭄 끝에 오는 비는 ‘단비’가 아니라 ‘약비’다. 그럴 때 오는 비는 ‘오는’ 것이 아니라 ‘오시는’ 것이다. 품앗이로 일을 하던 시절이었으니 주일 예배에 자리가 텅 빈 것은 피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의 교우들이 모여 예배를 드릴 때 마음이 허전해지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그 때 허전한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찾아들었다.
‘너는 왜 빈자리를 바라보며 허전해 하니? 나는 예배하러 나온 내 백성들을 바라보며 즐거워하는데.’
그 때 그 생각이 나는 주님의 음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일이 있은 뒤로부터는 어떤 모임에 몇 명이 모였든 빈자리보다는 모인 이들을 바라보려고 마음을 모은다.
오래 전 이야기를 전하며 우리도 주님의 마음을 가지고 예배하자고, 미안해하는 목사님과 교우들을 위로하며 말씀을 나누기 시작했다. 물론 나 자신에게 이르는 말이기도 했다. 문득 마음이 가난해지며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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