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8)
화장지 다섯 롤
독일에 사는 아이들이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더니 독일도 거의 모든 일상이 멈춰 섰다고 한다. 꼼짝없이 집 안에 갇혀 지내고 있단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제 나라와 대륙을 너무도 쉽게 무시한 채 맘껏 활보하고 있다 여겨진다.
부모로서 제일 걱정되는 것은 한결같다. 밥은 제대로 먹는지, 아프지는 않는지를 물었다. 답답하지만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니 고마운 일이었다. 뉴스를 통해 사재기 소식을 들었던 터라 쌀과 마스크, 화장지가 있는지를 물었다.
쌀은 별 문제가 없고, 마스크는 있으나 마나란다. 마스크를 쓰고 나가면 환자 대하듯 바라보는데, 더욱이 아시아인이 쓰고 있으면 마치 바이러스 숙주를 바라보는 것처럼 따갑게 바라보아 불편하기 그지없다는 것이었다.
화장지는 이제 다섯 롤이 남았단다. 마트에 가도 화장지 진열대가 비어 있다는 것이다. 걱정이 되어 “화장지를 보내줄까?” 물었더니, 큰 소리로 웃는다. “무슨 화장지까지 보내줘요.” 하면서 어떻게든 구해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5롤이나 남았는데요, 뭘.” 한다. 멀리서 걱정할까 싶어 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통화를 마치며 괜히 미안했다. 이 어려울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한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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